[사람과 화제]10년째 산타役 윤현씨

  • 입력 1996년 12월 17일 20시 00분


「朴賢眞 기자」 『한번은 산타분장을 하고 소년소녀 가장들을 찾았는데 저에게 물어봐요. 진짜 산타라면 부모를 찾아줄 수 있냐구요. 갑자기 눈물이 솟는데 혼났습니다』 아동잡지 월간 「꼬망쎄」의 문화행사위원인 윤현씨(35). 그는 이 일을 잊지못해 12월이면 본업을 제치고 어김없이 산타로 변신한다. 벌써 10년째 그늘진 곳을 찾고 있다. 지난 94년부터는 아예 12월 한달간을 「성니콜라스 산타학교」를 운영하면서 직접 산타클로스로 가정을 찾아 나선다. 고아원 양로원 장애인기관에서 부르면 먼저 달려간다. 다음이 가정집과 유치원. 이곳에 나갈 때는 출장비명목으로 2만∼5만원을 받는다. 이는 학교운영비와 아르바이트학생 수고비로 들어간다. 그는 이 학교에서 자원봉사자나 아르바이트학생을 산타클로스로 교육시킨다. 『제일 먼저 할아버지 목소리를 흉내낼 수 있도록 성대묘사를 가르치죠. 손동작과 성탄율동 등 5일간의 교육과정을 마쳐야 산타로 탄생합니다. 탈락하는 사람도 많아요』 지난 94년 1백여명에 달하던 지원자의 수는 해마다 줄어들어 올해는 겨우 15명 뿐이다. 그러나 산타를 기다리는 어린이의 마음만은 변함이 없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영악해졌다고 말하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여전히 애들은 산타할아버지가 뭘 먹고 사는지, 산타할머니는 어디서 무얼하는지 궁금해 해요』 그러면 그는 가르쳐준다고 한다. 산타할아버지는 사랑과 꿈을 먹고 산다고. 또 산타할머니는 북극에서 선물을 준비중이라고. 신기한 듯 바라보는 어린이들의 눈빛에서 그는 산타생활이 힘들지 않다. 『특히 고아원 등에 있는 어린이들은 저희를 기다려요. 선물만 주고 그냥 가는 사람들보다 함께 놀아주는 사람을 더 좋아하거든요』 그가 이 길로 들어선 것은 지난 86년 출판사를 운영하다가 사기를 당하면서. 그는 새로운 일거리를 찾다가 레크리에이션지도자 강습과정을 찾았다. 배운 것을 기왕이면 좋은 곳에서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혼자서 찾은 곳이 고아원 장애자복지시설 등이다. 올해는 온정의 손길이 뜸하다는 소식에 그는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여전히 산타를 찾는 곳은 그치질 않을거다. 그래서 그는 「성 산타학교」(02―702―4123―5)의 상표등록까지 마치고 평생 이 일을 할 작정이다. 『산타로서는 제가 너무 젊은 것 같아요. 그러나 해가 지날수록 제 얼굴도 진짜 산타를 닮아갈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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