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탈주 연변∼홍콩루트]마지막 관문은 심천∼홍콩

  • 입력 1996년 12월 7일 20시 11분


이번 북한주민 일가족 집단탈출로 인해 북한 탈출자들의 도피경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이들의 탈출과정은 뒤를 쫓는 북한의 특무원들을 따돌려야 하고 △언어소통의 어려움 △도피자금의 부족 △이동방법에 대한 정보부족 등 역경과 고통의 연속이다. 최근 탈북자들이 홍콩으로 많이 들어와 홍콩이 탈북자의 유일한 통로로 인식되고 있으나 실제로 탈북자들이 선택해온 도피경로는 대략 세가지였다. 첫째, 중국 동북지방의 조선족 농가와 친척집 등을 전전하며 은신하다가 중국 대륙을 동에서 서로 횡단해 베트남으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초기단계 북한탈출자들은 이 루트를 더러 이용했었다. 그러나 이 루트는 교통이 매우 불편하고 베트남에 들어가도 역시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 당국이 한국으로의 망명을 허락한다는 보장이 없어 이제는 거의 이용되지 않는다. 둘째, 곧장 북경주재 한국대사관을 찾아가는 방법. 이 경우 초기단계에는 성사된 예가 있으나 그뒤 한국정부가 북경(北京)당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북경대사관에서는 이들의 망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탈북자들에게 알려짐에 따라 역시 탈출루트로서 가치를 잃었다. 현재 가장 많이 이용되는 루트가 홍콩을 통한 망명. 홍콩 밀입국에 성공만하면 한국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중국을 떠도는 많은 탈북자들이 홍콩으로 몰려들고 있다. 더구나 최근 경구(京九)철도가 개통돼 북경에서 광주(廣州), 심천까지 가기는 훨씬 편리해졌다. 그러나 탈북과정에서 최후의 관문이자 가장 어려운 고비가 바로 심천에서 홍콩으로 밀입국하는 일. 홍콩에는 중국 본토인 밀입국자들도 몰려들기 때문에 홍콩당국의 밀입국자에 대한 단속과 감시는 여간 철저하지 않다. 밀입국경로 역시 대략 세가지다. 가장 흔히 이용해오던 경로가 열차 밑바닥에 매달리거나 바퀴부분의 빈틈에 끼여 오는 것. 이 방법은 생명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하기도 하지만 최근 중국과 홍콩경찰이 국경지역에서 열차밑에 대형 거울을 깔아놓고 밀입국자들을 샅샅이 찾아내기 때문에성공률이매우낮아졌다. 두번째는 심천에서 버스로 심천과 홍콩국경지역을 3시간쯤 달려 도착하게 되는 아주 작은 마을인 사두각(沙頭角)을 통하는 방법. 중국과 홍콩의 경계에 있는 마을이면서 홍콩행정구역인 이 곳은 통과증이 있어야 출입이 가능하지만 지역 주민들틈에 끼여 비교적 쉽사리 홍콩영내로 들어갈 수 있다. 일단 진입만하면홍콩경찰에자진 신고해 스스로 붙잡힌다. 세번째가 중국의 반체제 인사들이 자주 이용해온 밀항선 이용 방법. 金慶鎬(김경호)씨 일가족도 이 루트를 택했다. 심천의 동쪽 외곽 해안 보안현(寶安縣)에서 바로 눈앞에 보이는 홍콩의 최북단 행정구역인 평주(平洲)섬까지 밀항선을 이용한다. 중국의 범죄조직인 흑사회(黑蛇會)가 고속선으로 밀항을 도와주기 때문에 가장 확실하지만 돈도 많이 든다. 일단 밀입국에 성공하면 탈북은 거의 완료된 셈이다. 홍콩경찰에 자진신고 하면 바로 불법입국죄로 이민국에 넘겨져 상수(上水)난민수용소로 보내진다. 여기에서 북한주민 신분확인작업과 탈출동기 등 신문이 있게 되고 한국측의 수용의사 타진 등 8∼9주가량이 지난 뒤 한국행 비행기를 타게 된다. 〈홍콩〓鄭東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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