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수학능력시험의 부문별 수석합격자와 득점분포, 개인성적 등이 발표되면서 수험생을 둔 가정에서는 또 한차례 비상이 걸렸다. 강추위와 함께 본격적인 입시전쟁의 막이 오른 것이다. 아직 논술 면접고사 등 최종관문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수능성적에 불만인 수험생이 대다수라는 점에서 성적 발표일은 대개 우울한 날이다. 수석합격자들의 자랑스런 수석의 변(辯)저쪽에는 수많은 「꼴찌」들의 눈물이 있게 마련이다
▼긴 인생을 놓고 볼때 대학입시는 하나의 큰 갈림길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불안해 하고 고민하며 눈치를 보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런 일이다. 그러나 최종선택에는 수험생 본인의 장래가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 돼야 한다. 학과나 계열 선택은 수험생의 적성과 취미를 바탕으로 해야 함은 물론이다. 부모의 욕심과 허영심, 명문대 인기학과 등 남의 기준에 의해 좌우되면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크다
▼진부한 말 같지만 대학입시가 인생의 중요고비이긴 해도 그렇다고 전부는 아니다. 이른바 명문대 인기학과의 합격이 반드시 행복한 인생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명문대라는 간판만을 좇다가 결국 후회, 뒤늦게 진로를 바꾼 경우가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평생 싫은 일을 해야 한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적성에 맞는 학과를 먼저 선택한 뒤 성적에 맞는 대학을 고르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법대 의대 등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관광 홍보 컴퓨터 관련학과 등이 수험생들에게 인기라는 소식은 일단 바람직스럽다. 부모들은 자신의 수험생 시절 얘기를 참고로 들려주되 자녀의 희망을 우선 고려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오늘날의 다양화된 사회에선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느냐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도 못할 부모와 학교가 수험생의 진로를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