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페스카마호 참극」과 조선족의 恨

  • 입력 1996년 12월 1일 19시 53분


선상반란으로 유혈극이 벌어진 페스카마호의 참극이 있은지도 몇 달이 되었다. 남편을 먼 바다로 보낸 아내들, 자식이 원양어선에서 무사히 돌아오기를 고대하는 늙은 부모들, 손꼽아 아빠를 기다리는 어린아이들, 그리고 모든 중국조선족 동포들…. 당신들은 페스카마호의 참극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신들은 엄청난 일을 저지른 이네들을 두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무엇때문에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까. 그들은 결코 조직이 있는 테러집단이 아니다. 오직 돈을 벌어 잘 살아보려는 단 한가지 목적으로 적지않은 돈을 써가며 어렵게 원양어선에 오른 사람들이다.이들은 원양에서의 고됨과 한국인들의 멸시와 학대를 잘 알면서도 각오를 하고 나간 사람들이다. 원양어선에서 돌아온 사람치고 한국인이 좋다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너무 고되고 차별하고 인간취급을 하지않고 욕과 매에 못견뎌 만기를 채우지 못하고 돌아온 사람도 많다. 심지어 불구가 돼 돌아오거나 바다에서 영영 고기밥이 된 사람도 있다. 중국 조선족의 가슴에는 한이 서려있다. 단지 고국의 동포들보다 좀 못산다는 것밖에 다른 점이 없는데 그네들은 왜 우리를 노예취급 하는가. 한국인들은 생각해 보았는가. 중국땅 곳곳에 한국의 독립을 위해 몸바친 유공자의 후손들이 얼마나 되는가를. 한중 수교에 수없는 중국동포 지성인들과 민간 외교관들의 심혈이 깃들였음을. 중국의 도시에 쫙 널린 한국기업들이 누구 때문에 그렇게 활개칠 수 있게 됐는가를. 남북통일을 위해 알게 모르게 2백만 중국동포들이 얼마나 애쓰고 있는가를. 페스카마호의 선상살인은 동족상잔이다. 무서운 충격이다. 한국에서는 매스컴이 떠들고 요란했지만 2백만 중국동포들은 조용히 기다린다. 가슴 무겁게 또 분노를 누르면서 이를 악물고 수모와 멸시를 참아왔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렇게 참을 수 있을까. 잘 사는 고국, 선진국으로 달리는 고국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가슴이 벅찼다. 지성인들은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면 고국의 찬란한 모습과 열심히 사는 고국의 동포상을 글로써 세상에 알려주었다. 그러나 지금 2백만 동포들의 가슴속엔 한국인의 모습이 전혀 다르게 비쳐지고 있다. 배 내밀고 다니는 한국인, 돈을 뿌리며 여자만 찾는 한국인, 조선족을 사기치는 한국인….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조선족들은 얼마만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동포를 얼마나 보살펴 주었는가. 말이 동포요 이름이 동족일 뿐이다. 우리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페스카마호 사건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가. 김 남 현 <소설가·중국작가협회 길림성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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