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쌀 생산의욕이 문제다

  • 입력 1996년 11월 27일 20시 04분


정부는 올해 추곡수매가를 지난해보다 3% 올리고 수매량은 70만섬 줄어든 8백90만섬으로 결정했으나 농민단체와 야권이 날카롭게 반발, 국회동의 과정에서 큰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의 수매가 동결, 물가상승률, 영농비 상승, 농민의 증산의욕 고취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추곡가는 최소한 8%이상 올려야 한다는 것이 농민단체와 야권의 주장이다. 쌀재배농가의 소득 보전과 농민의 생산의욕을 높여 주곡인 쌀만이라도 자급체제를 갖추려면 그정도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추곡수매제도는 생산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재정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정에 따라 올해 정부가 쓸 수 있는 쌀수매보조금은 1조9천5백94억원으로 한정돼 있다. 수매가를 올리면 수매물량을 줄여야 한다. 이때문에 수매가 인상이 산지쌀값을 붙들어 주지 못한다. 재정적자를 늘리고 시장기능을 위축시켜 부작용과 역기능만 키운다. 수매가 대폭인상이 어려운 것은 우리 쌀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결코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우리 쌀값은 지금도 국제가격보다 4∼5배나 비싸다. 쌀값을 계속 올리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확보가 더욱 어려워져2004년 쌀시장의 완전 개방이후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수매가 인상을 통한 생산의욕 고취와 자급기반 유지에는 한계가 있다. WTO체제하에서 생산보조금 지급은 큰 제약을 받는다. 그렇다면 생산기반 정비, 품종개량, 영농규모확대와 기계화, 유통혁신 등 현재 추진중인 농어촌경쟁력강화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약정수매와 선도금 지급, 시가수매제 등을 통한 간접지원으로 영농기반을 탄탄하게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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