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말 예산 낭비 없애자

  • 입력 1996년 11월 24일 01시 42분


정부가 올해 외화(外貨)관련 예산잔액중 4백26억원을 절감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물론 그렇게 절약할 수 있는 것을 지난해 예산편성때는 왜 그처럼 늘려잡았는지 의심스러우나 늦게나마 바로잡겠다는 자세가 좋다. 비단 외화뿐 아니라 예산잔액 전체의 집행 적정성을 새로 검토해 줄일 수 있는 돈은 줄이기 바란다. 정부 예산은 일단 책정되면 아끼거나 줄이기보다 그대로 집행하는 것이 관례였다. 승인 받은 예산은 다 써버려야만 다음 예산편성때 해(害)를 안본다는 생각에서 연말이면 중앙정부와 자치단체들은 남은 돈을 쓰느라 비상이 걸릴 정도였다. 멀쩡한 보도(步道)블록을 걷어내고 새로 깐다거나 같은 도로를 두번 세번 파헤쳐 전선을 묻고 상수관을 고치고 하수관을 교체하는 등 중복공사가 빈번했다. 그만큼 세금을 축낸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절감키로 한 외화 예산은 10월말 현재 잔액의 43.5%에 달한다. 남은 돈의 절반 가량은 굳이 쓸 필요가 없다고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불요불급한 공직자 해외출장이나 외국인 초청 세미나 등을 축소하고 취소한다는 것인데 아낄 수 있는 부분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게 분명하다. 총리실은 차제에 전 기관의 「연말 예산낭비 않기」운동을 벌이고 절약을 많이 한 부서를 표창하는 방법도 검토하기 바란다. 정부가 세금 아껴쓰기에 앞장서면 국회의 예산심의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선 무조건 깎고보자는 주장이 사라질 것이고 사업의 완급(緩急)에 심의의 초점을 맞춰 국민 다수의 편익을 위한 예산편성을 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자연히 정치현안과 예산을 연계하는 일 자체가 쑥스러워진다. 예산편성과 집행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연말 예산낭비는 시급히 추방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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