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첩보기관 때아닌 신경전…FBI,전직KGB 체포

입력 1996-11-14 20:21수정 2009-09-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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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文明豪특파원」 미국연방수사국(FBI)이 전직 러시아 첩보요원을 간첩활동혐의로 검거한 사건을 두고 러시아의 첩보기관과 미국의 방첩기관 간에 때아닌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FBI는 지난달 29일 뉴욕 케네디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러시아 해외첩보부(KGB의 후신)출신 블라디미르 갈킨 예비역 대령(50)을 체포했다. 혐의는 지난 90∼91년 유럽에서 제삼국 인물을 대상으로 미국의 스타워즈 계획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려 했다는 것. 문제는 갈킨이 이미 지난 92년에 해외첩보부를 그만두고 지금은 미―러 합작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개인사업가라는 점이다. 갈킨은 사업상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지난달 14일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관에 비자를 신청하면서 러시아 해외첩보부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을 숨김없이 기재했다. 그는 그러나 열흘 뒤인 24일 미국행 비자를 발급받아 공항에 내리자마자 체포됐다. 그의 영장에는 발급일자가 10월 22일로 돼 있었다. 즉 미국 당국은 갈킨 체포영장을 먼저 받아두고 그가 미국땅을 밟기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 러시아 해외첩보부는 즉각 국제첩보사상 전례없는 일이라며 발끈했다. 범행현장에서 검거된 것도 아닌 은퇴한 요원을 함정에 끌어들여 잡아넣는 것은 첩보기관간의 비공식적인 신사협정 위반이란 것이다. 해외첩보부는 갈킨이 체포된 바로 다음날 「극도의 당혹감」을 표시했고 이어 타티아나 사몰리스 공보관이 지난 4일 성명을 발표, 『미국의 행위는 도발』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11일과 13일에도 갈킨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을 요구하며 『이 사건이 평화롭게 끝나지 않으면 러시아를 드나드는 미국의 전현직요원들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줄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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