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 (209)

  • 입력 1996년 11월 9일 20시 52분


제5화 철없는 사랑 〈48〉 쟈아파르의 명령은 곧 시행되었다. 죽음의 막다른 길목에까지 갔던 누르 알 딘은 석방되어 왕좌에 앉았다. 누르 알 딘이 새 왕으로 취임하던 날 바소라의 백성들은 모두 그를 축하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백성들은 그 인자했던 알 화즈르 하칸을 잊지 못하고 있었고, 그리고 노회한 모하메드 빈 스라이만 왕에 대하여 신물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옥좌에 앉은 누르 알 딘은 그러나 그다지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곁에는 아니스 알 쟈리스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오! 이 순간에 아니스 알 쟈리스가 있었더라면 얼마나 기뻐했을까? 정말이지 나에게 있어 그녀는 이 왕좌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었어』 이런 생각을 하자 그는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그녀와 함께 했던 그 유랑과 애처로운 그녀의 미소가 떠올랐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이미 어부 카림, 아니 바그다드의 교주에게 주어버린 터라 그리워할 권리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그는 쟈아파르에게 넌지시 아니스 알 쟈리스의 소식을 물어보기로 했다. 『고맙소, 쟈아파르. 그대가 오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거요. 그런데 왜 이렇게 늦었소? 그리고 혹시 아니스 알 쟈리스라는 여인에 대한 소식을 들은 바 있소? 만약 들은 것이 있다면 들려주시오』 그러자 쟈아파르는 말했다. 『충성된 자의 임금님, 먼저 임금님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진작 찾아와 임금님을 위험으로부터 막아드렸어야 했는데 이렇게 늦어진 것을 사과드립니다. 제가 이렇게 늦어진 이유와 아니스 알 쟈리스에 대한 소식을 말씀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이렇게 말한 쟈아파르는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들려주었다. 쟈아파르의 이야기를 들은 누르 알 딘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목숨을 건져낸 것이 알고보면 아니스 알 쟈리스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쟈아파르는 관례대로 사흘 동안을 바소라에서 빈객으로 체류하였다. 나흘째 되는 날 그는 바소라의 전왕(前王) 모하메드 빈 스라이만과 그의 대신 알 무인 빈 사뷔를 데리고 출발했다. 그런데 이 행렬의 맨 앞에는 쟈아파르와 함께 바소라의 왕이 된 누르 알 딘도 끼어 있었다. 누르 알 딘은 새로 왕이 되었기 때문에 바그다드의 교주에게 인사를 드려야 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아름답고 착한 여인 아니스 알 쟈리스를 하루 속히 만나고 싶어서 이 행렬에 끼었던 것이다. 바그다드에 도착한 누르 알 딘은 교주 앞에 엎드려 그의 발에 입맞추었다. 교주는 그 아름다운 젊은이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 기뻐 그를 일으켜 세워 자신의 옆에 앉혔다. 바소라의 대신이었던 알 무인 빈 사뷔는 바그다드에서 사형을 당했다. 그러나 바소라의 전왕 모하메드 빈 스라이만은 누르 알 딘의 간곡한 청을 받아 용서해주기로 교주는 결정했다. 누르 알 딘이 바그다드에 도착한 지 사흘째되던 날 교주는 대신을 불러 아니스 알 쟈리스를 불러오라고 분부했다. 교주가 이렇게 명령하는 것을 들은 누르 알 딘은 벌써부터 가슴이 뛰는 것을 억누를 수 없었다.<글: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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