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심야 신호 지키는 차량 얼마나 될까

입력 1996-11-04 20:37수정 2009-09-2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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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무렵이 지나면 서울의 도로는 무법천지가 된다. 신호등은 있으나 마나다. 횡단보도에는 파란불이 켜졌으나 선뜻 건너갈 수가 없다. 신호등을 무시한 차량들이 아슬아슬하게 질주를 하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신호를 지키는 차량은 몇대나 될까 ▼MBC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 제작팀이 한밤중에 여의도의 어느 횡단보도를 지켜봤다. 인기 코미디언 이경규씨는 이 횡단보도 신호등을 지키는 운전자에게 선물로 주려고 큼직한 냉장고와 황금 열쇠를 준비했다. 오전 1시부터 4시까지 무려 3시간. 많은 차들이 지나갔지만 완전히 신호를 지키는 차는 한대도 없었다. 쭈뼛쭈뼛하다가 결국은 신호를 위반하고 마는 차가 몇대 있었다. 그러나 새벽 4시 13분. 티코차 한대가 횡단로 앞에 섰다. 그 차는 횡단보도의 파란불이 다 꺼질 때까지 서 있었다 ▼신호가 바뀌고 차가 막 출발하려는 순간 카메라 불빛이 요란하게 터졌다. 차안에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남자운전자와 한 여자가 타고 있었다. 불빛에 비친 그들의 표정은 정상인과는 달랐다. 이 프로를 맡았던 김영희PD의 얘기. 『다가갔더니 처음에는 약간 겁을 먹은 듯 주춤주춤 차를 움직여요.코미디언 이경규씨를 아느냐며 이 프로 소개를 했더니 차를 세웠습니다. 운전자를 보니 말을 제대로 못해 술을 많이 한 줄 알았습니다』 그 두 사람은 뇌성마비 장애인들이었다 ▼지난 일요일 저녁 방영된 이 프로의 「행운의 주인공」은 이모씨(35) 부부다. 밤새 일하다가 귀가하는 길이라고 했다. 비록 불구지만 7세, 4세된 두 아들을 두고 인형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었다. 코미디언 이씨는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애쓰는 그들 부부의 모습을 보며 『이들이야말로 진지하게 삶을 살아가는 우리사회의 양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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