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버스 비리]횡령한 돈으로 땅투기­사채놀이

  • 입력 1996년 10월 30일 20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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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서울시내버스요금은 매년 20% 가까이 대폭 인상돼 왔다. 이번 검찰의 서울시내버스비리수사 결과 이같은 대폭 요금인상의 주원인은 버스업체들이 내세워 왔던 인건비 상승과 승객감소로 인한 수입감소가 아니라 버스업주들의 불법적인 수입횡령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일부 업주는 담당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적자노선을 폐지하거나 황금노선을 유지하기 위해 지하철의 노선을 변경해주도록 압력을 가하는 등 1천만 서울시민의 발인 시내버스 노선을 제멋대로 좌지우지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횡령수법과 규모 서울승합과 선진 대진 태진 동아운수 등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이 버스요금수입을 빼돌린 가장 일반적인 수법은 매일매일 작성하는 운송수입일보를 허위로 재작성하는 방법이었다. 서울승합은 이같은 수법으로 매일 3백만원씩, 선진운수는 매일 4백여만원씩 수입금을 누락시켰다. 또 다른 방법은 토큰수입을 모두 누락시킨 다음 이를 토큰판매업소에 다시 되파는 수법으로 아진교통의 경우 이같은 수법으로 매일 1백20만원(토큰 3천개)씩 빼돌렸다. 이같이 버스업주들이 5억∼30억원에 달하는 요금수입을 곶감 빼먹듯 빼먹는 바람에 버스업체들은 실질적으로는 「남는 장사」를 하고도 장부상 매년 적자경영으로 서울시에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진운수의 경우 지난해 4억8천여만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신고됐으나 조사결과 업주 羅弘淵씨가 10억8천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 실질적으로 6억7천여만원의 흑자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또 태진운수도 지난해 4억7천여만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신고됐으나 실제로는 업주의 횡령액 26억원을 포함할 경우 무려 21억원의 흑자를 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승합 등 17개 업체가 이같은 수법으로 빼돌린 수입금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모두 2백38억2천1백16만여원. 이는 이들 업체가 지난해말 현재 갖고 있는 부채액 1백52억2천8백76만원의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횡령적자를 시민에게 전가 서울시는 지난 7월1일 『운송수입은 버스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승객감소로 인해 운송비용을 충당하지 못하고 있어 적정수준의 보전이 필요하다』며 요금인상 4개월만에 또다시 인상했다. 버스업체들은 지하철개통으로 인한 승객감소, 교통체증에 따른 운행지연, 인건비상승 등을 요금인상의 이유로 내세웠다. 또 서울시내 89개 버스업체들은 현재까지 누적된 적자액수가 무려 9백49억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조사결과 업주가 요금수입을 개인적으로 착복하지 않을 경우 서울시내 89개 버스업체 거의 모두가 흑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에 적발된 17개 업체 중 14개사는 엄청난 횡령액수에도 불구하고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93년부터 최근까지 3년간 인상된 버스요금의 인상률은 60%(2백50원에서 4백원으로).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 14.8%의 4배가 넘는 수치다. 버스업주들은 요금인상에 따른 추가 수입을 서비스 개선이나 부채상환, 재투자 등에 사용하지 않고 대부분 횡령, 개인적인 부동산 구입이나 사채놀이 등에 사용한 것으로 검찰수사 결과 밝혀졌다.노선조정 비리버스업주들은 횡령액수를 더욱 늘리기 위해 노선개설 및 폐지 조정을 담당하는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황금노선을 계속 유지하거나 적자노선을 멋대로 폐지했다. 서부운수의 경우 지난6월 朴東慧서울시대중교통과장에게 5백만원의 뇌물을 주고 관할구청인 성북구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적자노선인 133―1번 도시형 버스의 노선폐지 인가를 받아냈다. 또 한서교통과 서울승합도 각각 이같은 수법으로 768번 좌석버스와 500번 도시형 버스의 노선을 폐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수사를 담당한 安大熙서울지검특수3부장은 『이같은 버스업주들의 요금횡령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감사제의 실시 등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河宗大·徐廷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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