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나이트(197)

  • 입력 1996년 10월 27일 20시 34분


제5화 철없는 사랑〈36〉 두 사람이 다시 나무 위로 기어올라가 보니 이브라힘 노인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여보, 젊은이들, 나는 이제 술이 취해 맥을 못추겠소. 하지만 류트 소리라도 듣지 않으면 안될 것 같소』 그러자 여자가 말했다. 『딴은 그렇군요. 악기가 있으면 좋겠어요. 무슨 악기라도 좋으니 악기가 있으면 좀 빌려주세요』 이 말을 듣자 노인은 비틀비틀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보자 나무 위에 올라가 누각 안을 엿보고 있던 교주가 물었다. 『저 영감이 어쩔 셈인가?』 그러자 대신은 걱정스런 목소리로 응답했다. 『글쎄 말입니다』 잠시 모습을 감추었던 노인이 류트를 들고 나타났다. 교주가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배작사 아샤크의 악기가 틀림없었다. 『그래, 저 여자의 노래 솜씨가 만약 신통찮기만 해봐라. 알라께 맹세코, 너희 셋과 쟈아파르 그대는 모두 책형에 처하겠다. 그러나 만약 내 마음에 들 만큼 잘 부른다면 저 세 사람은 용서해주고 쟈아파르 그대만 죽이리라』 교주가 이렇게 말하자 대신 쟈아파르는 말했다. 『알라시여, 제발 여자가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게 하여 주소서!』 쟈아파르가 이렇게 말하자 교주가 물었다. 『그건 어째서? 어차피 그대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인데』 『그렇긴 하지만, 모두 함께 책형에 처해 주신다면 동행이 있어서 쓸쓸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교주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때 여자가 류트를 집어들더니 현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너무나도 애절한 선율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교주는 『아』하고 짧고 깊은 탄식을 발하고 말았으니, 그녀가 연주하는 곡조는 누가 듣는다 하더라도 애틋한 심정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는 그런 것이었기 때문이다. 누각 안에는 그 슬프고도 아름다운 선율이 가득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여자는 그 곡에 맞추어 너무나도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부르기 시작했다. 그대 없으면 이 몸도 없네, 오! 이몸은 가엾은 사랑의 노예, 지체 낮은 이 몸은 멀고 먼 땅, 페르시아에서 팔려왔지만, 이 한 목숨 다 바쳐 그대에게 순종하리. 그대 손에 죽는다 해도 두려울 건 없지만 오, 철없는 당신의 야속한 처사에 이 목숨 스러지지 않을까 두렵구나. 『정말 아름답군. 쟈아파르, 나는 저렇게 아름다운 목소리는 처음 들었어』 교주가 소리쳤다. 『그럼 교주님의 화도 풀렸습니까?』 『그야 당연하지』<글 하일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