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농번기 농촌나들이 때와 장소 가려야

  • 입력 1996년 10월 24일 20시 17분


가을걷이로 농사일이 바쁜 철이라 지난 20일 일손을 도우러 전남 영광군 백수면의 시댁을 찾았다. 그곳에는 늙고 힘없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라 젊은 일손이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벼베기 건조 담기 등 작업들이 여간 힘들지 않다. 노인에서 아이들까지 있는대로 동원돼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날도 아흔이 다된 시할머니와 예순이 넘은 시부모님 그리고 우리 부부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이 가을걷이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마침 자가용 두 대가 우리가 일하고 있는 바로 앞 냇가에 멈춰섰다. 두 가족이 나들이를 나온 듯 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차안에 음악을 시끄럽게 틀어 놓은채 도구를 챙겨 낚시를 하고 취사를 하느라 분주했다. 하루종일 마시고 떠들고 웃어대는 그들의 모습과 우리 가족의 땀흘리는 모습은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뒤늦게 그들이 떠난 자리는 빈깡통과 음식 쓰레기만 뒹굴었다. 가을 나들이를 하는건 나무랄 일은 아니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고 가족간의 친밀도를 더할 수 있으니 오히려 권장할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적어도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염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현미자(전남 여수시 둔덕동 중앙하이츠아파트 3동 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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