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185)

  • 입력 1996년 10월 15일 06시 43분


제5화 철없는 사랑〈24〉 알 무인 빈 사뷔는 당장에라도 누르 알 딘에게 달려들어 난폭한 짓을 하려고 했다 . 그러나 누르 알 딘을 아끼는 시장 상인들이 뜯어말렸다. 누르 알 딘은 흥분된 목 소리로 소리쳤다. 『아니, 놔 주시오! 여러분도 저놈이 얼마나 나쁜 놈인가 하는 걸 알고 계실 거요 』 그러자 알 무인도 소리쳤다. 『너희 놈들이 말리지만 않았어도 저 버르장머리 없는 놈을 베어버렸을 걸! 너 이 놈! 내가 너를 그냥 둘 것 같으냐?』 일은 예상 외로 커지게 생겼던 것이다. 사태가 이쯤 되자 시장 상인들은 누르 알 딘에게 뜻있는 눈짓들을 보냈다. 그것은 마치 「말리지 않을 테니 한을 풀어버리십 시오」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는 걸 눈치 챈 누르 알 딘은 두어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그는 용기도 있고 손발도 억센 젊은이였으므로 망설일 것이 없었다. 그는 성큼성 큼 대신에게로 걸어가더니 대신을 말에서 끌어내려 땅바닥에 뒹굴렸다. 마침 거기에 는 벽돌 굽는 가마가 있었는데 누르 알 딘은 대신을 그 가마 속에다 처박아 넣어버 렸다. 그리고는 마구 두들겨패다가 정통으로 이빨을 때렸으니, 대신의 턱수염은 온 통 피로 물들었다. 대신이 이 지경이 되자 그의 부하들인 노예 열 사람이 칼을 뽑아들고는 우르르 누 르 알 딘에게로 덤벼들려 하였다. 사태가 불리하게 돌아가는 걸 안 상인들과 구경꾼 들은 칼을 거머쥔 노예들을 향하여 일제히 소리쳤다. 『함부로 개입하지마! 이쪽은 대신이지만, 저쪽도 대신의 아들이야! 임금님이 판 결을 내리기도 전에 섣불리 귀족들의 싸움에 연루된다면 너네들은 끔찍한 죽음을 면 치 못할 걸』 듣고보니 그도 그럴 듯했다. 그리하여 대신의 부하 노예들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구경만 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누르 알 딘은 대신을 흠씬 두들겨 패 주고는 아니스 알 쟈리스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되돌아오면서 두 사람은 더없이 행복했다. 집으로 돌아오자 그들 은 서로 부둥켜안고 격렬히 입맞추면서 울고 웃고 하였다. 뜻하지 않은 상황의 변화 가 두 사람 사이의 이별을 막아주었던 것이다. 『당신은 흡사 성난 사자 같았어요』 아니스 알 쟈리스는 누르 알 딘의 목에 매달리며 말했다. 이렇게 말하는 그녀는 더없이 자랑스러운 듯 쌩긋 웃고 있었다. 웃고는 있지만 그녀의 두 눈에서는 가득히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으니 그것은 물론 기쁨의 눈물이었다. 그러한 그녀의 얼굴 에 마구 입을 맞추며 누르 알 딘은 말했다. 『모든 것은 내 잘못이었어. 당신을 팔다니 그건 돌아가신 아버지도 용서하지 않 으실 걸』 한편 누르 알 딘에게, 그것도 시장 한복판에서, 수많은 상인들과 노예들이 지켜보 는 앞에서 개처럼 두들겨맞은 알 무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옷을 세 가지 빛깔, 즉 검은 흙과 붉은 피와 회색 찰흙으로 범벅을 한 채 허겁지겁 돌아갔다. 그는 자 신의 꼴을 좀더 참담하게 보이기 위하여 목에는 거적 조각을 감고 두 다발의 초라한 하르파 풀을 손에 들고는 궁전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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