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 축구의 신’… 메시, 월드컵 최고령 해트트릭 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18일 04시 30분


[2026 북중미월드컵] 6번째 월드컵 무대 ‘마지막 탱고’
천천히 움직이며 체력 아꼈다가 결정적 순간에 빠르게 파고들어
상대편 알제리 골키퍼는 지단 아들
월드컵 통산 16골 공동 1위 올라… 펠레의 공격포인트 기록도 경신

리오넬 메시(가운데)가 17일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J조 조별리그 1차전 전반 17분 페널티아크 앞에서 왼발로 중거리 슈팅을 날리고 있다. 메시의 발을 떠난 공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린 뒤 골대 오른쪽 상단에 꽂혔다. 메시는 이날 6개의 슈팅 중 3개를 골로 연결시키며 아르헨티나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캔자스시티=게티이미지
리오넬 메시(가운데)가 17일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J조 조별리그 1차전 전반 17분 페널티아크 앞에서 왼발로 중거리 슈팅을 날리고 있다. 메시의 발을 떠난 공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린 뒤 골대 오른쪽 상단에 꽂혔다. 메시는 이날 6개의 슈팅 중 3개를 골로 연결시키며 아르헨티나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캔자스시티=게티이미지
아르헨티나가 알제리에 3-0으로 앞선 후반 35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 모인 7만여 관중의 시선은 오직 한 선수에게 향했다. 80분간 혼자서 3골을 터뜨린 뒤 그라운드를 벗어나고 있던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9·아르헨티나)였다.

아르헨티나 팬들은 양팔을 들고 허리를 숙이며 메시를 향해 경의를 표했다. 상대팀인 알제리 팬들까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날 메시는 자신이 왜 ‘GOAT(the Greatest Of All Time·역사상 최고 선수)’로 불리는지를 스스로 증명했다.

월드컵 2연패에 도전하는 아르헨티나는 17일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J조 1차전에서 메시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알제리를 3-0으로 꺾었다. 다음 주 39번째 생일을 맞는 메시는 통산 16골로 ‘독일의 폭격기’ 미로슬라프 클로제(은퇴)와 월드컵 통산 최다골 공동 1위가 됐다.

메시는 2006년 6월 17일 독일 월드컵 세르비아몬테네그로전에서 아르헨티나 선수 역대 최연소(18세 357일)로 월드컵에서 득점했다. 그리고 역대 최초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여섯 번 밟은 이날 20년 만에 통산 최다골 1위가 됐다. 메시는 또 월드컵 통산 24개의 공격포인트(16골 8도움)를 쌓아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1940∼2022·12골 9도움)의 월드컵 역대 최다 공격포인트 기록도 갈아치웠다.

어느덧 불혹에 가까워진 메시는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진 않았다. 밀착 마크해야 할 상대 선수가 없을 때는 설렁설렁 걸으며 체력을 비축했다. 그러다 골의 향기가 풍길라치면 번개 같은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수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메시는 전반 17분 페널티 지역 부근까지 공을 몰고 간 뒤 강력한 왼발 중거리포로 골문 오른쪽 구석을 찔렀다. 후반 15분에는 알렉시스 마칼리스테르의 중거리 슈팅을 알제리 골키퍼가 쳐내자 골문으로 쇄도하며 오른발로 밀어 넣었다. 후반 31분에는 골대 왼쪽 구석을 찌르는 날카로운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프랑스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의 아들로 알제리 골문을 지킨 루카 지단은 메시의 연속 골에 허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메시는 자신의 200번째 A매치이기도 했던 이날 대회 1호이자 자신의 월드컵 통산 첫 해트트릭(39세 357일)을 기록했다.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작성했던 최고령 월드컵 해트트릭 기록(33세 130일)도 경신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메시와 골든부트(득점왕)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이는 노르웨이 골잡이 엘링 홀란(26)은 소셜미디어에 “메시는 정말 미쳤다(Messi is a madman)”라고 적으며 왕관 모양의 이모티콘을 함께 올렸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메시를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축구 통계 사이트 ‘소파스코어’는 메시에게 최고 평점인 10점을 줬다. 메시는 “월드컵 통산 득점 (공동) 1위 자리에 이름을 올리게 돼 영광이다. 하지만 기록에 연연하기보단 내 축구 인생에 보너스와 같은 이번 대회를 즐기고 싶다”라고 말했다.

메시가 이번 월드컵을 ‘보너스’라고 한 이유는 4년 전 카타르 월드컵에서 숙원이던 우승의 꿈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메시는 2006 독일 월드컵부터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4차례 월드컵에서 번번이 우승에 실패해 자국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36년 만에 아르헨티나에 우승을 안기며 ‘라스트 댄스’를 완성한 메시가 대표팀에서 은퇴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메시는 “챔피언의 기분을 더 느끼고 싶다”며 복귀했고 여전한 기량을 선보였다. 대회 직전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던 메시는 “요즘 라파엘 나달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데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나도 나달처럼 언제나 최대치를 쏟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스페인 출신 테니스 스타 나달(40)은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에서 22번 우승한 뒤 2024년 은퇴했다.

경기 후 리오넬 스칼로니 아르헨티나 감독은 “메시에게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정말 믿을 수 없는 선수”라고 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모든 사람이 고개를 끄덕일 말이었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해트트릭#골든부트#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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