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월드컵’ 수문장 조현우
동물적 반사신경-위치 선정 탁월… K리그 8년 연속 ‘골키퍼 베스트11’
“슛 막는 장면 매일 이미지 트레이닝… 두 딸에게 위로보단 칭찬 받고싶어”
한국 축구 대표팀 수문장 조현우가 울산 울산현대축구단 훈련장에서 두 손으로 공을 감싸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본보와 만난 조현우는 “월드컵이 끝난 뒤 딸들에게 칭찬을 듣기 위해 최선을 다해 상대의 슈팅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울산=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어떤 슛이 날아와도 모두 막아내겠다는 각오다.”
한국 축구 대표팀 수문장 조현우(35·울산)는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각오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자신의 선수 인생 첫 월드컵이었던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떠올리며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1승 2패)의 아픔을 겪었지만 92.3%의 선방률(전체 출전 골키퍼 중 2위)을 기록하며 매 경기 ‘선방쇼’를 펼친 조현우는 ‘빛현우’(눈부신 선방을 보여줬단 뜻)라는 별명을 얻었다.
조현우는 “러시아 월드컵 최종 명단 발표를 앞두고 ‘물에 풀어놓은 물고기처럼 거침없이 몸을 던질 테니 제발 월드컵에 가서 한 경기라도 뛸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며 “실제로 출전 기회가 왔고 머릿속에 수없이 그려왔던 장면처럼 슛을 막아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도 8년 전과 같은 마음가짐이다. 세계적 공격수들의 슛을 쳐내는 장면을 매일 떠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대표팀은 30일 앞으로 다가온 북중미 월드컵에서 역대 방문 월드컵 최고 성적인 8강에 도전한다. 이를 이뤄내기 위해선 골키퍼의 안정적 방어와 수비진의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뒷문을 단단하게 걸어 잠가야 한다. 2024년 7월 홍명보 감독(57)이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고 있는 조현우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조현우는 홍 감독 체제에서 치러진 21경기 중 14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한국 프로축구 K리그1(1부 리그)에서 8년 연속(2017∼2024년) 베스트11 골키퍼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조현우의 강점은 동물적 반사신경과 탁월한 위치 선정 능력이다. 조현우는 민첩한 움직임으로 상대 공격수의 슈팅 각도를 좁히거나, 코너킥 상황에서 공을 잡기 좋은 위치를 선점해 공중볼을 확실하게 장악한다. 한국이 장신 선수가 많아 세트피스가 위협적인 체코와 역습이 날카로운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하는 조별리그를 성공적으로 통과하기 위해선 조현우가 자신의 장점을 살려 골문을 든든히 지켜야 한다. 조현우는 “골키퍼는 ‘최후의 보루’다. 상대가 공격을 전개할 때 골키퍼가 어느 위치에 자리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어정쩡하게 서 있다 보면 실점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현우는 홍 감독과는 울산에서 K리그1 2연패(2022, 2023년)를 합작했다. 홍 감독은 울산 사령탑으로 있을 때 “조현우 덕에 승점을 많이 얻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현우는 울산에 이어 축구 대표팀에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홍 감독과 함께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써보고 싶다고 했다. 조현우는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홍 감독님과 함께 역대 방문 월드컵 최초 8강 진출의 목표를 이뤄내 또 하나의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아빠가 한국 축구 대표팀의 수문장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두 딸의 존재도 조현우가 통산 세 번째 월드컵 출전을 간절히 바라는 이유 중 하나다. 8년 전 조현우는 월드컵을 앞두고 본보와 인터뷰하면서 “돌도 지나지 않은 제 딸 하린이가 말을 알아들을 나이가 됐을 때 ‘아빠는 대한민국의 골대를 지키는 사람이야’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러시아 월드컵이 끝나고 한 해 뒤 조현우는 둘째 딸을 얻었다. 조현우는 “둘째 예린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두 딸 모두 아빠의 경기를 챙겨 보고 아빠가 잘한 날에는 칭찬을, 못한 날에는 위로를 해주며 안아준다”면서 “월드컵이 끝난 뒤 딸들에게 위로를 받기보다는 칭찬을 듣기 위해 최선을 다해 상대의 슈팅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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