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시절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썼던 윤정환 인천 감독(왼쪽)과 이을용 경남 감독(가운데), 차두리 화성 감독이 22일 개막하는 2025시즌 프로축구 K리그2(2부)에서 지략 대결을 펼친다. 사진은 감독들이 19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2025시즌 K리그2 개막 미디어데이에 나선 모습. 뉴시스
윤정환 감독(52)은 지난해 12월 한국 프로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한 주인공이다. 지난 시즌 K리그1(1부) 강원의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이끌어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 그가 K리그2(2부)로 강등이 된 인천의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K리그에서 1부 리그 감독상 수상자가 다음 시즌 2부 리그 팀을 맡은 건 윤 감독이 최초다. 윤 감독은 강원과의 재계약 협상에서 연봉에 대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결별했다. 지난 시즌을 K리그1 최하위(12위)로 마쳐 강등의 쓴맛을 본 인천은 전폭적 지원을 약속한 끝에 윤 감독 영입에 성공했다.
윤 감독은 19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2025시즌 K리그2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내가 강등 팀을 어떻게 강팀으로 바꿀지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리 팀이 승격을 향해 독주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K리그2 정규 라운드(팀당 39경기) 우승팀은 플레이오프(PO)를 치르지 않고 다음 시즌 K리그1으로 직행한다. 2위는 K리그1 11위와 승강 PO를 치러 이겨야 승격한다. 3∼5위는 준PO, PO에서 살아남은 뒤 K리그1 10위와 승강 PO를 또 치러야 한다.
선수 시절 ‘꾀돌이 미드필더’로 불렸던 윤 감독은 2011년 사령탑 생활을 시작한 일본 J2리그(2부) 사간 도스에서 팀을 J리그(1부)로 승격시킨 경험이 있다. 윤 감독은 “2부 리그에서 냉혹한 경쟁을 이겨내고 승격한다는 건 1부 리그 우승만큼 힘든 일이다. 우리가 1부 리그에서 갓 내려온 팀이라 전력이 (상대적으로) 좋지만, 상대를 얕잡아 보지 않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K리그2는 윤 감독과 이을용 경남 감독(50), 차두리 화성 감독(45) 등 선수 시절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뤄낸 멤버들이 지략 대결을 펼친다. 개막일인 22일 이을용 감독의 경남과 맞붙는 윤 감독은 “이 감독에게 지고 싶지 않다. 안방에서 경기가 열리는 만큼 두 골 차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이 감독은 “인천이 우리를 상대로 골을 넣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천에 고춧가루를 제대로 뿌려보겠다”고 맞받아쳤다. 미드필더 출신인 이 감독은 지난해 11월 경남 지휘봉을 잡았다. 이 감독은 2018년 K리그1 FC서울에서 감독 대행을 맡은 적이 있지만, 프로팀 정식 사령탑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남은 지난 시즌 K리그2 13개 팀 중 12위에 그쳤다. 이 감독은 “공수 전환이 빠른 축구로 상대를 제압하겠다. 경남이 달라졌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아들인 이태석(23)은 K리그1 포항에서 수비수로 뛰고 있다. 이 감독의 꿈은 경남의 승격을 이끌어 K리그1 경기에서 아들을 만나는 것이다. 그는 “경남을 K리그1에 올려 놓은 뒤 아들이 뛰고 있는 팀과 같은 무대에서 경기를 펼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공격수와 수비수 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며 다부진 돌파를 선보여 ‘차미네이터’(차두리+터미네이터)로 불렸던 차두리 감독은 올 시즌부터 K리그2에 참가하는 막내 구단 화성을 이끈다. 한국 축구대표팀 코치, 오산고 감독 등을 지낸 그는 화성에서 프로팀 사령탑으로 첫발을 내딛게 됐다. 차 감독은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해 왔던 전술이 프로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차 감독의 아버지인 차범근 전 감독(72)은 과거 수원을 이끌면서 두 차례 K리그 우승(2004, 2008년)을 이뤄냈다. 차두리 감독은 “내가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하는 한 아버지와 계속 비교가 될 것이다. 선수로서는 아버지만큼의 훌륭한 선수가 되지 못했지만, 감독으로는 잘 준비하면 아버지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화성은 23일 성남과의 방문경기로 시즌을 시작한다. 차 감독은 “화성이 형님 구단들을 괴롭히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 매 경기 절실한 마음으로 열정을 쏟아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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