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새 사령탑 홍명보 “축구 인생의 마지막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0일 2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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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국가대표팀을 정말 강하게 만들어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10년 만에 다시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 홍명보 울산 감독(55)은 대한축구협회의 사령탑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0일 울산에서 열린 광주와의 K리그1 홈경기를 마친 뒤였다. 홍 감독이 사령탑 선임과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힌 건 7일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발표한 이후 사흘 만이다.

그동안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을 맡을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여러 번 말해왔다. 이 때문에 홍 감독이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감독직을 수락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그는 “2014년 월드컵 실패(조별리그 탈락) 이후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솔직히 감독직을 수락하는 게 두려웠다”고 했다.

홍 감독은 대회 개막 1년을 앞두고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소방수’ 격으로 사령탑에 오른 2014년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뒤 거센 비난을 받았다. 올해 2월부터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새 사령탑 후보로 자신의 이름이 거론될 때는 난도질을 당하는 기분까지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시 한번 월드컵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승부욕이 홍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다. 홍 감독은 “축구 인생에서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두려움 속에서도 다시 한번 해보자는 강한 승부욕이 생겼다”고 말했다.

두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택한 홍 감독의 의지는 결연했다. 그는 “(감독직을 거절해) 내 스스로를 보호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내 스스로를 버렸다”면서 “이제 내게는 오직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2014년의 감독 홍명보와 2024년의 감독 홍명보는 다르다고 했다. 홍 감독은 “10년 전에는 솔직히 말하면 이제 막 시작한 지도자였다”면서 “지금은 K리그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2020년 12월 울산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지난해 울산에 구단 창단 40년 만에 리그 첫 2연패의 영광을 안겼다.

홍 감독은 ‘원 팀’ 정신을 바탕으로 대표팀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팀원 서로가 끌어주고 밀어주는 하나의 팀을 만드는 것이 홍 감독의 축구 철학이다. 홍 감독은 “대표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각자의 재능을 이기주의 위에 놓는다고 하면 재능은 발휘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 모두의 재능을 헌신이나 희생이라는 가치 위에 올려놓는다면 팀은 강한 힘을 발휘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홍 감독이 언제 울산을 떠나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옮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홍 감독은 “울산 구단과 상의해 봐야 한다. 13일 경기(FC서울 상대)까지 팀을 이끌고 싶지만 내 마음대로 될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울산은 광주에 0-1로 패했다. 승점 추가에 실패한 울산은 리그 3위로 떨어졌다. 울산 서포터스는 이날 “홍명보 나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표팀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기는 홍 감독에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홍 감독은 “울산 팬들에게는 정말 죄송하다.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말했다.



울산=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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