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승 발판 올해 5승… 대상-상금왕 잡으려면 그 정도 해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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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 우승 탄력받은 김재희
“풀시드 안정감으로 나만의 골프
겨울훈련 70% 퍼트연습에 투자
메이저 하이트진로 가장 욕심 나”

2024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개막전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에서 데뷔 첫 우승을 신고한 김재희가 22일 경기
 용인시 JMS골프클럽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다. 개막 대회 우승으로 다음 시즌 시드 걱정이 사라진 김재희는 “올 시즌 목표는 
5승”이라며 “다승왕과 대상, 상금왕을 모두 차지하려면 최소 5승은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용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024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개막전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에서 데뷔 첫 우승을 신고한 김재희가 22일 경기 용인시 JMS골프클럽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다. 개막 대회 우승으로 다음 시즌 시드 걱정이 사라진 김재희는 “올 시즌 목표는 5승”이라며 “다승왕과 대상, 상금왕을 모두 차지하려면 최소 5승은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용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김재희(23)는 10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개막 대회인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 정상에 올랐다. 2021년 KLPGA투어에 데뷔한 김재희가 91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기록한 첫 승이었다. 이런 그가 이번 시즌 목표를 5승으로 잡았다. 1승을 하기까지 4년이 걸렸는데 한 해에 5승을 거두겠다는 것이다. 22일 경기 용인시 JMS골프클럽에서 만난 김재희의 얼굴엔 자신감이 가득했고 목소리에도 힘이 넘쳤다.

올해 목표를 너무 높게 잡은 것 아니냐고 묻자 김재희는 지난 시즌 다승왕 임진희(26) 얘기를 꺼냈다. 김재희는 “임진희 프로를 보고 대상과 상금왕을 차지하려면 적어도 5승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시즌이 개막하기 전에는 첫 승을 거두는 게 목표였지만 첫 우승을 했으니 이제 목표를 5승으로 바꿨다”고 했다. 임진희는 지난 시즌 네 차례 우승으로 다승왕에 올랐지만 대상과 상금왕은 놓쳤다.

시즌 개막전 우승으로 ‘시드권 걱정’을 덜게 된 것도 김재희가 목표를 훌쩍 높여 잡은 이유 중 하나다. 김재희는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 우승으로 2026년까지 투어 모든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풀시드를 얻었다. KLPGA투어에서 메이저 대회 우승자는 그해를 포함해 4년, 일반 대회 우승자는 3년간 풀시드 자격을 얻는다.

그동안 우승 트로피를 한 번도 들어 올리지 못했던 김재희는 늘 다음 시즌 시드 때문에 고민하느라 대회에 집중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김재희는 “평소 걱정이 많은 성격이 아닌데도 시드를 잃으면 다음 시즌부터 당장 직장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까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며 “그러다 보니 시드 확정 전과 후의 성적에 차이가 많이 났다”고 했다.

실제로 김재희는 지난 시즌에 컷 탈락을 7번 했는데 모두 시드 획득을 확정하기 이전 대회에서 나왔다. 반면 상금 랭킹에 따른 시드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 9월 중순 이후엔 준우승 두 번을 포함해 톱10에 세 번 들었다. 김재희는 “지금까지는 풀시드가 확정돼야 스트레스가 사라지면서 나만의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며 “올해는 개막 대회부터 우승하면서 시드 문제를 일찌감치 해결했기 때문에 이번 시즌이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재희는 2020년 2부인 드림투어에서 다승왕과 상금왕, 최저타수상을 휩쓸어 이듬해 KLPGA투어 데뷔 때 ‘슈퍼 루키’로 불렸다. 하지만 투어에 적응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김재희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이후로 한 번도 내리막이 없었는데 KLPGA투어 데뷔 후 처음으로 하향세를 경험했다”며 “특히 드라이브 티샷이 자꾸 OB(아웃오브바운즈·공이 경기 불가능 지역으로 벗어나는 것)가 나면서 처음부터 타수를 잃다 보니 성적이 점점 나빠졌다”고 했다. 김재희는 드라이브 구질을 과감하게 바꿨다. ‘드로’(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는 공)이던 구질을 지난해 초 ‘페이드’(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는 공)로 바꾼 것이다. 이후로는 웬만해선 OB를 내지 않는다.

지난겨울 훈련 때 김재희는 퍼트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그는 “말레이시아로 7주간 훈련을 다녀왔는데 전체 훈련량의 70%가량을 퍼트 연습에 할애했다”며 “내가 본 대로 똑바로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어떤 날엔 하루 종일 그린에만 있었을 만큼 퍼트를 가다듬는 데 매달렸다”고 했다. 김재희는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 라운드 평균 28개의 퍼팅으로 홀당 평균 1.6개의 퍼팅을 기록했다. 전체 출전 선수 중 5위였다. 지난 시즌엔 라운드 평균 30.5개로 투어 선수 중 47위였던 것에 비해 눈에 띄게 나아졌다.

김재희는 “지금의 감각으로 4월 4일 제주에서 열리는 이번 시즌 국내 개막전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과 내 스폰서 대회인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11월)에서도 우승하고 싶다”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골프장인 경기 여주 블루헤런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10월)에서도 꼭 정상에 오르고 싶다”며 웃었다.


용인=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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