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외국인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최근 거듭된 부진에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극약처방’도 내려봤지만 좀처럼 반등이 없다. ‘외인 교체’의 결단을 내릴 시간이 다가오는 모양새다.
흥국생명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4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GS칼텍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28-26 21-25 25-27 21-25)으로 패했다.
3연승을 달리던 흥국생명은 연승 행진이 끊긴 채 올스타 휴식기를 맞이하게 됐다.
이날 흥국생명의 선발 라인업은 예상 밖이었다. 외국인선수로 팀의 주포 역할을 맡고 있는 옐레나를 빼고 경기를 시작한 것.
이는 최근 옐레나의 저조한 경기력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옐레나는 지난달 말부터 좀처럼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직전 경기였던 12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선 단 8점에 공격 성공률이 20%에 그칠 정도였다.
17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경기에서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24.1.17 뉴스1 이에 아본단자 감독은 이날 옐레나를 벤치에서 출발시키는 변화를 꾀했다. 옐레나 대신 김미연을 기용했고, 김연경과 함께 아시아쿼터 외인 도코쿠 레이나의 공격 비중을 늘렸다. 옐레나는 21-21로 균형을 이루던 1세트 막판에 처음 투입됐고, 흥국생명은 듀스 접전 끝에 28-26 승리를 거뒀다.
2세트에도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옐레나는 중반 쯤 투입됐고, 3, 4세트는 이전처럼 선발로 나섰다.
하지만 옐레나의 공격은 여전히 날카롭지 못했고, 흥국생명은 2~4세트를 모두 빼앗기며 역전패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경기 후 “옐레나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벤치에서 시작하게 했다”면서 “3~4세트 선발로 나간 것도 세터 이원정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높이를 보강하려는 측면이었다”고 전했다.
이원정은 2세트 중 김연경과 부딪히며 안면 부위 부상을 당했는데, 이 부상이 아니었다면 옐레나는 3~4세트에도 선발 출장을 장담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아본단자 감독은 옐레나를 향해 “모두가 알다시피 팀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경기 후 나오는 분석지의 숫자만 봐도 알 수 있기 때문에 비밀이 아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경기력이 좋지 않더라도 동료를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태도가 조금 아쉽다. 더 열심히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옐레나에 대한 아쉬움을 직접적으로 나타냈다.
이날 경기 전까지만 해도 “옐레나가 더 잘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던 아본단자 감독이었지만, 경기 후에는 발언의 수위가 좀 더 높아졌다.
흥국생명으로선 옐레나의 교체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할 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4라운드를 마친 시점까지 2위를 달리고 있는 흥국생명은 남은 5~6라운드에서 선두 현대건설을 추격해야하는 입장이다.
흥국생명 옐레나. 뉴스1 DB
이런 가운데 주포 노릇을 해야할 외국인 선수가 한 달 넘게 부진에 빠져있다면 탄력을 받기가 어렵다.
다만 외인 교체도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V리그의 경우 시즌 중 외인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 시즌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던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다. 외인 ‘교체풀’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부진한 선수에 대해 쉽게 칼을 빼들기 어려운 형편이다.
아본단자 감독도 “V리그는 마켓이 오픈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선수를 데려올 수 없다”면서 “외국 리그라면 경기력이 안 좋으면 아예 방출되거나 벤치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곳은 외인도 한 명이다 보니 한계가 있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흥국생명 팬들은 최근 모기업 본사에서 ‘트럭 시위’를 통해 옐레나 교체에 대한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흥국생명이 결단을 내릴 시간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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