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관우는 28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스트리트파이터5 결승전(7전 4승제)에서 샹위린(44·대만)을 4-3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에 채택된 e스포츠에서 한국 선수단 중 금메달을 딴 건 김관우가 처음이다.
쉽지 않은 승리였다. 샹위린은 김관우가 이번 대회 승자조 8강에서 이미 한 차례 꺾었던 상대(2-1 김관우 승)였다. 하지만 패자조 결승을 통해 부활한 샹위린은 김관우에게 두 번째 도전장을 들이밀었다. 김관우의 1경기 승리 이후 캐릭터를 ‘루시아’에서 ‘루크’로 바꾼 샹위린이 2, 3경기를 내리 따내며 역전을 일궜다. 3경기 직후 4경기를 준비하던 김관우는 초조한 듯 자신의 손을 연신 쓰다듬기도 했다.

하지만 김관우는 더 이상 루크를 상대로 고전하지 않았다. 7경기 1세트부터 샹위린을 오른쪽 구석으로 몰아붙인 김관우는 상대의 카운터 공격마저도 역이용하는 재치를 보이며 순식간에 승리를 따냈다. 앞선 경기를 통해 샹위린이 루크를 활용하는 방법을 모두 파악한 듯한 움직임이었다. 2세트에서는 초반부터 치고 들어오는 샹위린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수차례 성공했고, 구석에 몰린 불리한 상황에서도 상대를 잡은 후 뒤로 업어치며 전황을 역전시키는 여유까지 보여주며 결국 우승을 확정했다.
스트리트파이터5는 리그오브레전드(롤), FC온라인, 배틀그라운드모바일을 포함해 이번에 한국이 e스포츠에 국가대표를 파견한 4개 종목 중 메달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김관우는 10, 20대가 대부분인 e스포츠 한국 선수단에서 나이가 가장 많아 “메달 획득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김관우는 보란 듯 이 편견을 깨며 금메달을 따냈다. 김관우는 이로써 전날 FC온라인 종목에서 곽준혁(23·KT)이 동메달에 그쳤던 한국 e스포츠 선수단의 아쉬움도 함께 씻어냈다.
항저우=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