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자매 금메달 비결은 ‘코치’ 아빠가 가르쳐준 택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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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kg급 강보라-46kg급 강미르, 5월 세계선수권 동반 메달 노려
가족 6명 합계 28단의 태권가족
“근접전 유리한 택견 익힌 덕에 키 큰 유럽 선수와 대등한 경기”

태권도 국가대표 자매인 강보라(오른쪽)와 강미르는 아버지, 어머니, 쌍둥이 남동생들까지 모두 태권도인인 ‘태권 가족’이다. 가족 
6명의 태권도 단수를 모두 합하면 28단이다. 자매는 5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반 금메달에 도전한다.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를 찾은 자매가 겨루기 기본 준비 자세와 발차기 자세로 마주 섰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태권도 국가대표 자매인 강보라(오른쪽)와 강미르는 아버지, 어머니, 쌍둥이 남동생들까지 모두 태권도인인 ‘태권 가족’이다. 가족 6명의 태권도 단수를 모두 합하면 28단이다. 자매는 5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반 금메달에 도전한다.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를 찾은 자매가 겨루기 기본 준비 자세와 발차기 자세로 마주 섰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강보라(23·영천시청)는 2020년 1월 17일 경남 양산에서 열린 태권도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 49kg급 결승에서 강미르(21·당시 성주여고)를 꺾고 태극마크를 차지했다. 강보라의 아버지인 강호동 영천시청 코치(49)는 이 경기가 끝나자 패자인 강미르부터 안아줬다. 강미르 역시 자신의 딸이었기 때문이다.

강보라, 강미르는 2016년 전국소년체육대회와 2019년 전국체육대회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태권 자매’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20년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은 자매가 ‘집안싸움’을 벌인 유일한 경기였다. 둘 다 성주여고에 재학 중이던 2019년 전국체육대회 때는 언니가 53kg급으로 체급을 올려 출전했고, 둘 다 영천시청 소속이 된 뒤에는 동생이 46kg급으로 체급을 내렸다. 두 선수는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각자 체급 1위를 차지하면서 한국 태권도 역사상 첫 국가대표 자매가 됐다.

올해도 나란히 태극마크를 단 둘은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연맹(WT)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 대회 역사상 한국인 자매의 첫 동반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자매는 지난해 멕시코 세계선수권에 함께 출전했지만 둘 다 8강에서 탈락해 메달을 따지는 못했다. 지난달 22일 만난 자매는 “작년엔 세계선수권에 처음 출전하다 보니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아버지와 함께 훈련하면서 쌓은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강 코치는 자신이 운영하던 도장에서 두 딸에게 처음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해 결국 국가대표로 키워냈다. 아버지는 지금도 ‘족집게 과외 선생님’이자 ‘멘토’로 두 딸을 돕고 있다. 강미르는 “지난해 4월부터 왼쪽 어깨 탈골, 왼쪽 엄지발가락 부상, 오른쪽 팔꿈치 탈골, 왼쪽 아킬레스힘줄 부상을 연달아 겪으면서 좌절에 빠져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실력은 충분하니 정신적으로만 잘 준비하면 된다’고 말씀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강보라도 “해병대 출신인 아버지는 평소엔 엄하시지만 우리가 힘들어할 때는 누구보다 따뜻한 말로 위로를 해주신다”고 했다.

아버지에게 배운 택견도 자매의 태권도 선수 생활에 도움이 됐다. 태권도 8단인 강 코치는 태권도의 뿌리를 찾고 싶어 택견에 입문했고 두 딸에게도 택견을 전수했다. 강보라는 “나(165cm)와 동생(161cm) 모두 태권도 선수로는 키가 작은 편이지만 30cm 거리 내에서 상대를 제압해야 하는 택견을 배웠기 때문에 근접전에 강하다. 키가 10cm 이상 큰 유럽 선수를 상대로도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어머니 이일문 씨(51)도 태권도 4단이고 쌍둥이 남동생 강대한(17), 강민국도 태권도 선수여서 ‘가족회의’를 통해 작전을 짤 수 있다는 것도 자매의 장점이다. 가족의 태권도 단수를 모두 더하면 28단에 이른다.

자매는 인터뷰를 마친 뒤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국가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국제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자매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앞서 출전하는 국제대회에서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법을 배우려 한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때는 세계선수권 금메달 2개를 반드시 들고 올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출국 후 지난달 26일 참가한 캐나다오픈에서 강보라(49kg급) 강미르(46kg급)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달 5일엔 US오픈에 출전한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태권도#태권자매#강보라#강미르#금메달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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