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고 넓고 단단한 ‘쿠드롱 당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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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A ‘웰뱅’ 대역전… 3연속 우승

당구를 잘 치려면 공처럼 둥근 마음, 테이블처럼 넓은 생각, 그리고 큐대처럼 곧은 의지가 필요하다. 프레드릭 쿠드롱(54·벨기에·웰컴저축은행·사진)이 프로당구(PBA) 역사상 처음으로 3개 투어 연속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물론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크라운해태 챔피언십, NH농협카드 챔피언십에서 연속 우승을 했던 쿠드롱은 4일 경기 고양시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웰컴저축은행 웰뱅 챔피언십 PBA 결승전에서 김임권(42)에게 4-3(13-15, 14-15, 15-0, 15-8, 8-15, 15-13, 11-4) 역전승을 거두고 2021∼2022시즌 4∼6차 정규투어 우승을 모두 차지했다.

▽둥근 마음=쿠드롱은 전 세계 3쿠션 4대 천황으로 불리는 자타공인 최강 실력자이지만 동호인과 연습 경기를 치르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동호인은 세계 최고 당구 고수에게 한 수 배울 기회이지만 쿠드롱으로서는 별로 득이 될 게 없어 보이기도 한다. 쿠드롱은 “나는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그리고 당구까지 6개 언어를 할 줄 안다. 한국어는 못하지만 한국인과 당구를 통해 마음을 나눌 수 있다”고 웃으며 “나도 이런 경기를 통해 경기 감각을 유지하고 또 경기를 풀어가는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동시통역사 대신 당구 선수가 된 이유”라고 말했다.

▽넓은 생각=
쿠드롱의 스트로크에는 망설임이 없다. 쿠드롱의 경기 진행 속도는 난구(難球)를 만날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어려운 공을 마주했을 때도 테이블을 넓게 보고 바로 슛을 준비한다. 쿠드롱은 “시간을 끌면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진다. 길이 보이면 바로 쏴야 한다”며 웃었다. 물론 쿠드롱이 실제로 빨리 길을 찾을 수 있는 건 ‘초크 같은 희생정신’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쿠드롱은 “나는 이 자리를 오래 지키는 것 말고는 재미를 모르는 사람이다. 술, 담배는 물론이고 파티도 할 줄 모른다”며 웃었다.

▽굳은 의지=쿠드롱은 이번 웰뱅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먼저 두 세트를 내주고도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정도 역전승은 딕 야스퍼스(57)를 상대로 거둔 역전승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쿠드롱은 50점 내기에서 야스퍼스에게 6-44로 뒤지다 50-48로 경기를 뒤집은 적이 있다. 쿠드롱은 “나는 어릴 때 아버지가 운영하는 클럽에서 용돈벌이로 처음 당구와 인연을 맺었다. 경기에서 지면 용돈이 없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며 웃었다. 쿠드롱은 이번 우승으로 상금 1억 원을 추가해 PBA 역대 최고인 누적 상금 5억5800만 원을 기록하게 됐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당구#프레드릭 쿠드롱#3연속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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