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男 쇼트트랙, 결승 문턱서 석연찮은 실격 판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7일 22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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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연 기자 yeon72@danga.com
원대연 기자 yeon72@danga.com
“중국 선수와 바람만 스쳐도 실격”이라던 우려가 현실이 된 경주였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 황대헌과 이준서(이상 22·이상 한국체대)가 남자 100m 준결선을 각각 1, 2위로 통과하고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황대헌은 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선 1조 경주에서 3위를 달리다 네 바퀴를 남겨 놓고 단 번에 중국의 런즈웨이(25)와 리웬룽(21)을 제치면서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황대헌은 이후 선두로 경주를 마쳤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레인 변경이 늦었다는 이유로 실격 처분을 받고 말았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 이 종목 금메달을 딴 이정수 KBS 해설위원은 “황대헌이 세계적으로 박수갈채를 받을 만한 플레이를 선보였는데 판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4 소치 대회 여자 1000m 금메달리스트 박승희 SBS 해설위원 역시 “황대헌은 추월 과정에서 어떤 신체 접촉도 없었다. 오히려 황대헌의 왼쪽 무릎을 손으로 친 리웬룽에게 실격을 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준서도 역시 레인 변경 반칙을 이유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4개를 딴 전이경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사는 “레인 변경 반칙이 쇼트트랙의 묘미를 정말 떨어뜨렸다. 올림픽의 수준을 떨어뜨린 정도였다”고 비판했다.

이날 심판판정은 중국 팬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자국 선수들이 다음 무대로 진출할 때마다 박수를 치던 이들은 비디오 판독 결과가 계속 중국 선수에게 유리 연이어 나오자 오히려 환호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관중들 환호보다 다른 나라 선수들 야유소리가 더 높았다.

경주를 마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황대헌은 ‘심판 판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다음에 하겠다”는 한 마디만 남겼다. 이준서는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에 두 차례 목례만을 한 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박장혁(24·한국체대)도 준결선에 진출했지만 준준결선에서 피에트로 시겔(23·이탈리아)과 충돌해 넘어진 뒤 우다징(28·중국)의 스케이트날에 왼손을 다치면서 준결선 경주를 포기했다.

결국 중국 선수 세 명이 총 5명이 출전하는 결선에 올랐다. 결선에서도 샤오린 산도르 류(27·헝가리)가 1분26초74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비디오 판독을 거쳐 옐로우 카드를 받으면서 런즈웨이가 금메달, 리웬룽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박승희 위원은 결선 비디오 판독 결과가 나온 뒤 “이미 예정됐던 결과인가요?”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최민정(24·성남시청)은 여자 500m 준준결선을 4위(1분04초939)로 마무리하면서 준결선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결국 이 종목 금메달을 딴 아리아나 폰타나(32·이탈리아)에 이어 2위로 달리고 있던 최민정은 두 바퀴를 남겨 놓은 상대로 다른 선수와 충돌 없이 넘어졌다. 최민정은 아쉬움에 주먹으로 얼음을 친 뒤 다시 일어나 달렸지만 끝내 순위를 바꾸지는 못했다.

중국이 ‘역대급’ 텃세를 부리고 있다고 한국 대표팀이 벌써 포기하는 이르다. 쇼트트랙에 아직 금메달 6개가 남아 있다. 특히 9일 열리는 남자 1500m은 한국 선수단의 대표적인 ‘금밭’이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1500m 종목이 추가된 이후 한국은 이 종목 금메달 3개를 따냈다. 평창 대회에서는 임효준(26·린샤오쥔)이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물한 종목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 남자 1500m에는 황대헌, 이준서는 물론 박장혁도 출전할 계획이다. 박장혁은 이번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3, 4차 월드컵에서 연달아 이 종목 동메달을 따내며 랭킹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AP통신은 대회 개막에 앞서 박장혁이 이 종목 은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혼성 계주 준준결선에서는 미끄러지고 이날 부상까지 당한 박장혁이 메달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밖에 한국에 올림픽 금메달을 6개 안긴 여자 3000m 계주도 기대를 모은다. 여자 계주 결선은 13일 열린다.

이정수 위원은 “심판 판정은 어떻게 우리가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남은 종목에서 더 깔끔하고 완벽하게 심판이 실격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도록 경기를 풀어가는 수밖에 없다”며 후배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베이징=김배중 기자wanted@donga.com
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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