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끈’ 긴 올림피언들…97년 만에 하버드대 출신 육상 메달리스트 탄생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4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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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토머스. GettyimagesKorea
가브리엘 토머스. GettyimagesKorea
미국 대표 선수가 올림픽 육상에서 메달을 따는 건 지극히 흔한 일이다. 금메달도 아니고 동메달이라면 더욱 주목받기 힘들다. 그런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3일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육상 여자 200m 결선에서 가브리엘 토머스(25)가 동메달을 따자 그의 일대기를 상세히 전했다. 그가 흔치 않은 미국 하버드대 출신 메달리스트였기 때문이다.

타임은 “하버드대 동문이 미국 대통령보다 더 오르기 힘든 자리가 바로 올림픽 육상 메달리스트”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토머스는 이날 동메달로 97년 만에 올림픽 육상 메달을 딴 하버드대 동문이 됐다. 그 전까지는 1924년 파리 올림픽 남자 3000m 팀 경주에서 은메달을 딴 윌러드 티베츠가 마지막으로 올림픽 육상에서 메달을 딴 하버드대 동문이었다. 지난해 하버드대를 졸업한 토머스는 텍사스오스틴대에서 역학(疫學)을 공부하고 있다.

여자 펜싱 플뢰레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리 키퍼(27·미국)는 식구 전원이 ‘긴 가방 끈’을 자랑한다. 일단 본인이 미국 노터데임대에서 학부를 마치고 현재 켄터키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키퍼가 노터데임대를 선택한 건 신경외과 의사인 아버지가 노터데임대 펜싱부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도 같은 학교를 졸업한 정신과 전문의다. 남동생 액슬 역시 노터데임대 펜싱부에서 활동 중이다. 1남 2녀 중 맏언니 알렉산드리아만 하버드대 펜싱부 출신 의사로 가족과 다른 길을 걸었다.

미국만 이번 올림픽에서 고학력 메달리스트를 배출하고 있는 건 아니다. 사이클 여자 도로 경주에서 금메달을 딴 안나 키센 호퍼(30·오스트리아)는 스위스 로젠연방공대 박사 후 연구원 신분이다. 그는 트라이애슬론으로 운동을 시작했지만 박사 과정 때 운동 시간이 부족해 사이클에만 전념했고, 결국 올림픽 메달까지 따냈다. 오스트리아 선수가 여름 올림픽 금메달을 딴 건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17년 만이었다.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여자 복싱 웰터급 16강에 진출한 독일 대표 아덴 아페츠(35) 역시 독일 쾰른대 박사 과정 재학생으로 주목받았다. 한국 대표팀에서는 ‘사격 황제’ 진종오(42)가 경남대 체육학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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