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도 모르게 현수막 철거한 IOC…日과 교감 있었나

도쿄=유재영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입력 2021-07-18 14:57수정 2021-07-1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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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개막을 일주일여 앞두고 있다. 15일 도쿄 하루미 지역 올림픽선수촌 한국 선수단 숙소 베란다에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태극기와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 라는 메시지를 담은 문구가 걸려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선수단이 선수촌에 걸어둔 현수막이 왜 IOC(국제올림픽위원회) 헌장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는지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17일 도쿄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MPC) 콘퍼런스룸에서 열린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의 기자회견에서 일본 NHK 방송 여성 기자가 대뜸 직설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현장에 있던 기자가 듣기로는 현수막을 철거한 것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캐묻는 뉘앙스였다. 혹시나 현장에 있을 한국 기자들을 위해 통역을 하던 두 한국인 여성 동시통역사도 예상 못했던 질문이었는지 한국어로 바꿔 얘기하면서 멈칫했다. 이에 바흐 위원장은 “어제 히로시마를 방문하고 ‘배너’가 수거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IOC 요청에 의해 (수거)됐다고 알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뤄진 조치라고 전해 들었다. 어떠한 메시지든 선수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논쟁을 피해 가려는 듯 했다.

막연하고 원론적인 설명에 일본 기자는 재차 “표현의 자유 문제 아니냐”고 따지듯 물었고 바흐 위원장은 “모든 선수들이 자유롭게 표현을 할 수 있지만 선수촌은 선수들이 평온하게 머물도록 보호받아야 하는 곳이다. 대다수 선수들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는 말로 서둘러 답변을 마무리했다. 이후 현수막 철거에 내민 ‘가이드 라인’의 어떻게 해석 적용했는지, 또 한국 선수단 현수막에 다른 국가나 특히 일본 선수단이 블편한 감정을 드러내거나 공식적으로 항의를 했는지 등에 대해선 바흐 위원장이나 배석했던 IOC 관계자의 언급은 없었다. 질문 수가 제한됐다.

대한체육회는 선수촌에 ‘신에게는 5000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는 이순신 장군의 명언을 활용한 문구를 써서 내건 현수막을 16일 일본 극우 단체 등에서 문제 삼고 논란이 되자 IOC와 협의 끝에 17일 철거했다. 대한체육회는 IOC로부터 올림픽 헌장 50조 위반에 따른 철거를 요청받았다. 대신 IOC에게 경기장 내 욱일기 응원에 대해서도 같은 규정을 적용해 달라는 입장을 전해 약속을 받아내고 현수막을 내렸다. 바흐 위원장이 직접 IOC가 철거에 개입했지만 정작 중요한 결정 책임자인 자신은 모르고 있었다고 밝힘으로써 일본 정부와 IOC 간 어떠한 교감이 있었는지는 추후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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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IOC의 결정으로 한국의 현수막을 정치적 메시지라고 부각시킬 수 있는 것에 크게 만족하는 분위기다. 바흐 위원장 기자회견에 앞서 하시모토 세이코 조직위원장은 “각자의 관점이 있겠지만 정치적 메시지 표현은 삼가야 한다. 모든 참가자는 세계를 하나로 묶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의 일부 언론 기자들조차 시대에 맞지 않는 IOC의 편파적 시각과 잣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대신해 ‘범 내려온다’는 문구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범 내려온다’는 한국관광공사가 제작한 대한민국 홍보 영상에 등장하는 곡 이름이다. 지난해 퓨전 국악 밴드 ‘이날치’가 판소리 ‘수궁가’에서 범이 내려오는 장면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TV광고와 온라인 매체를 통해 큰 인기를 끌었다.

한편 대한체육회가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이 선수촌 식당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섭취하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에 대해 일본 집권 자민당 내에서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대한체육회가 선수촌 인근 호텔에 급식지원센터를 만들고 원하는 한국 선수들에게 도시락을 만들어 전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은 과거 올림픽에서도 선수들의 영양 관리 등을 위해 급식지원센터를 운영했다”며 “이번에는 방사성 물질 대책을 이유로 내세워 한국에서 가져온 식자재 등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측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자민당 외교부회를 이끄는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참의원 의원은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 “(선수촌에 공급하는) 식재료는 대접하는 마음으로 상당히 신경 쓰고 있다”며 “후쿠시마 주민의 마음을 짓밟는 행위”라고 밝혔다. 신문은 또 “자민당 내에서는 ‘(한국이) 그렇게까지 트집 잡는 것은 정말 불쾌하다’라는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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