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SK 유니폼 입고 모인 제주… “그래도 훈련은 반가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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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구단 스프링캠프 동시 시작
선수단-신세계 임원진 상견례… 김원형 감독 “책임 더 무거워져”
2002년 프로 데뷔후 ‘원팀’ 김강민 “유니폼 바뀌면 팀 매각 와닿을듯”
내일부턴 김광현도 함께 훈련예정

KBO리그 10개 구단이 2월의 첫날 일제히 국내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신세계 인수가 확정된 SK의 전지훈련지인 제주 서귀포 강창학공원 야구장에 50명 가까운 취재진이 몰려든 가운데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두산에서 SK로 이적한 최주환(왼쪽 사진 오른쪽)이 새 동료들과 몸을 풀고있다. 키움 선수들은 악천후를 피할 수 있는 실내 안방구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워밍업을 하고 있다(가운데 사진). 최형우(오른쪽 사진 왼쪽) 등 KIA 선수들은 우천 관계로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 내 지하 주차장에서 달리기로 첫날 스케줄을 소화했다. SK·키움 제공·광주=뉴시스
KBO리그 10개 구단이 2월의 첫날 일제히 국내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신세계 인수가 확정된 SK의 전지훈련지인 제주 서귀포 강창학공원 야구장에 50명 가까운 취재진이 몰려든 가운데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두산에서 SK로 이적한 최주환(왼쪽 사진 오른쪽)이 새 동료들과 몸을 풀고있다. 키움 선수들은 악천후를 피할 수 있는 실내 안방구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워밍업을 하고 있다(가운데 사진). 최형우(오른쪽 사진 왼쪽) 등 KIA 선수들은 우천 관계로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 내 지하 주차장에서 달리기로 첫날 스케줄을 소화했다. SK·키움 제공·광주=뉴시스
“야구 하면서 이렇게 많은 기자 앞에 선 건 처음 같아요.”

프로야구 SK의 스프링캠프 첫날 훈련이 시작된 1일 제주 서귀포 강창학체육공원 야구장. 이번 시즌 새롭게 SK 지휘봉을 잡은 김원형 감독은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마치 포스트시즌처럼 50명 가까운 취재진이 몰렸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난달 26일 신세계가 SK 야구단 인수를 발표한 뒤 가진 첫 공식 훈련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하지만 김 감독의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처음 (SK) 감독을 맡을 때 부담감을 느꼈는데, (팀이 바뀌게 돼) 또 다른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그의 어깨는 무거워 보였다. 주장 이재원(34)은 “당연한 듯 입던 유니폼을 바꿔 입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신세계의 SK 구단 인수 작업은 다음 달 5일경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선수단은 당분간 SK의 흔적이 곳곳에 남은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진행하게 된다. 류선규 SK 단장에 따르면 선수들은 이르면 다음 달 20일 시범경기부터 신세계 야구단의 구단명과 로고 등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는다.

만감이 교차하는 선수들의 마음을 읽은 걸까. 오전부터 비가 내려 선수들은 야외훈련 대신 실내훈련으로 첫 일정을 소화했다. 평소 반팔을 입고 훈련해야 했을 정도로 따뜻했던 서귀포의 기온도 섭씨 12도로 다소 쌀쌀했다. 2002시즌 SK에서 데뷔해 올해 20번째 시즌을 맞는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39)은 “수년 전부터 소문이 있었는데 늘 소문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에 매각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날 조금 당황스러웠다. 창단식을 하고 새 유니폼을 입으면 (매각 사실이) 좀 더 와닿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쉬운 감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비시즌 동안 개인 훈련을 해오다 올 시즌 처음 한데 모여 호흡을 맞춘 선수들은 “파이팅”을 외치며 훈련을 시작했다. 이들은 비장함이 느껴질 만큼 진지한 모습으로 수비와 타격 훈련 등을 진행했다.

선수들의 어수선한 마음을 헤아리려는 신세계 측의 노력도 있었다. 부사장급 임원 2명 등이 제주에 내려와 이날 훈련에 앞서 선수단과 상견례를 했다. 김원형 감독은 “선수들에게 동요하지 말라고 전했다. (매각 소식에) 아쉬움도 있었지만 새 구단의 행보에 기대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새 구단 이름, 유니폼 색상 등에 대한 구단 안팎의 기대감도 크다. 이재원은 “팬들이 원하는 팀명으로 잘 결정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니폼은 신세계와 이마트를 상징하는 노란색이 유력하지만 SK의 붉은색 유니폼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류 단장은 “빨간색 상의와 검은색 모자가 인천에서 ‘왕조’를 구축했던 팀의 상징이라는 의견을 신세계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SK 이름으로는 마지막으로 진행할 스프링캠프에 왕조 시절을 함께한 메이저리거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이 3일부터 합류한다. 김강민은 “최근 김광현과 통화했는데 아쉽다고 하더라. 고향이 사라졌으니 돌아올 생각하지 말고 그곳에서 성공하라고 덕담을 건넸다”며 웃었다.

아쉬움으로 시작한 스프링캠프는 시간이 흐를수록 활력을 찾았다. 오후 들어 비도 그치며 일부 선수들은 훈련장 외야에서 캐치볼을 하면서 몸을 풀었다. 다음 달 6일까지 계속되는 캠프는 전술 훈련과 자체 청백전 등의 스케줄을 소화한다.

SK를 포함한 10개 구단은 이날 일제히 시즌에 대비한 스프링캠프에 돌입했다.

서귀포=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프로야구#스프링 캠프#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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