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롱코리아 출신으로 육성선수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던 권휘(20)가 프로 데뷔 꿈을 이뤘다. 이제는 당당히 1군 투수로 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권휘는 강남중, 덕수고를 졸업한 우완 투수로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하고 질롱코리아에 입단한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중 한국 선수로만 구성해 호주 프로야구에 참가하는 질롱코리아의 선수 선발 소식을 듣고는 방향을 틀었다.
질롱코리아에서 겨울 시즌을 마친 뒤 모교인 덕수고에서 훈련하던 권휘는 스카우트의 눈에 띄어 지난해 8월 두산과 육성선수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지난 18일 확장 엔트리 시행과 동시에 정식선수로 전환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감격스러운 데뷔전 기회는 오래 지나지 않아 찾아왔다. 지난 22일 인천 SK 와이번스전. 두산이 8-1로 앞선 9회말 권휘가 팀의 6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김강민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권휘는 고종욱과 유서준에게 연속해서 초구를 통타당해 1,2루에 몰렸으나 한동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최준우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권휘의 데뷔전 성적이다. 다음날인 23일 SK전에서도 권휘는 똑같은 8-1 스코어에 7회말 등판, 1이닝 1피안타 1사구 무실점을 기록했다. 프로 데뷔 후 2경기 연속 무실점. 140㎞ 중반대 빠른공에 스플리터를 섞어 던지면서 실점을 피했다.
아직 점수 차가 큰 상황에서만 등판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팀에는 작지 않은 보탬이 된다. 두산의 불펜 상황에 여유가 없기 때문. 김태형 감독이 성공적 데뷔전을 치른 권휘를 칭찬한 이유다.
프로의 지명을 받는 데 실패해 차선책으로 결정한 질롱코리아 입단은 권휘의 야구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 권휘는 “질롱코리아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홈런도 많이 맞았다”며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고,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귀국 후 권휘는 투구폼을 오버스로에서 스리쿼터로 바꿨다. 결정구가 없어 느낀 한계는 스플리터를 연마해 극복했다. 무엇보다 정신력이 강해졌다.
권휘는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데뷔전을 치렀다”며 “점수 차가 컸지만 실점하지 않아야 계속 1군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집중했다. 긴장도 됐는데 오히려 주자가 나가니까 차분하게 내 공을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렵게 잡은 기회인만큼 후회없이 가진 힘을 다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언제든 나가라고 할 때 나갈 수 있도록, 항상 준비돼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권휘의 목소리에는 진지함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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