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도쿄올림픽 연기, IOC의 ‘불평등 계약’ 알릴 기회”

  • 뉴스1
  • 입력 2020년 3월 30일 14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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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연기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체결하는 계약의 불평등성을 알릴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닛칸스포츠는 30일 도쿄올림픽의 연기를 주제로 한 연재물을 통해 IOC와 올림픽 개최지가 불평등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사는 선수촌 얘기로 시작한다. 도쿄도 주오구에 위치한 선수촌이 올림픽 종료 후 아파트로 개조돼 민간에 분양된다는 것. 약 5600호 중 이미 900호의 분양이 완료됐으며, 2023년 3월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라는 설명이 등장한다.

닛칸스포츠는 “이미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한 뒤 분양받은 사람도 있고, 아이들의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입주하려는 사람도 있다”며 “이처럼 다양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2021년 올림픽이 개최되면 2023년 3월까지는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회를 마친 뒤 건물 개조(리모델링)는 물론 주변 도로의 정비까지 실제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린다고 현지 언론들은 설명한다.

대회 관계자가 “도쿄도와 조직위원회의 힘으로만 보상하기는 어렵다”며 “국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 코멘트도 소개됐다.

이는 올림픽 연기로 인한 손실을 IOC도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의 복선이다. 기사에는 곧이어 ‘올림픽 헌장’이 등장한다. 신문이 ‘불평등 계약’이라고 꼬집은 바로 그 대목이다.

닛칸스포츠는 “역사상 최초인 연기는 올림픽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라며 “올림픽 헌장에는 IOC의 거대한 권한이 실려 있다. 또한 개최도시에는 불평등하다고도 볼 수 있는 계약도 존재한다.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것은 곧 불평등 계약을 승인한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닛칸스포츠가 소개한 올림픽 헌장의 내용은 ‘올림픽 대회는 IOC의 독점적 자산이며, IOC는 모든 권리를 갖는다’(제1장 제7조 제2항), ‘IOC는 올림픽 대회의 운영, 재정, 개최에 관해 재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제5장 제36조 제2항) 등 2가지다.

이어 닛칸스포츠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들여다보며 “계약에는 ‘도쿄도와 일본올림픽위원회(JOC)는 자금조달, 운영의 모든 책임을 진다’고 나온다”며 “문제가 발생하면 도쿄도와 JOC, 조직위원회가 보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계약을 해지하고 대회를 취소할 권리는 IOC만 갖는다”고 강조했다.

IOC와 개최도시의 올림픽 관련 계약을 부동산 임대 계약에 비유하기도 했다.

닛칸스포츠는 “집주인(IOC)이 물건(올림픽)을 임차인(개최도시)에게 빌려주는 모양새”라며 “그러나 임차인은 물건을 자유롭게 바꿀 권리가 없으며,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불만이 있어도 해약은 불가능하다. 반면 집주인은 계약금, 월세, 보증금까지 빈틈없이 챙긴다”고 비판했다.

또한 신문은 “이번처럼 불가항력적인 사태가 벌어져도 개최도시와 조직위원회는 어떤 결정권도 갖지 못한다”며 “그렇다면 아무리 이상과 꿈이 숭고하다고 해도 앞으로 올림픽을 개최하려는 도시는 없을 것이다. IOC의 권한, 개최도시와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의 책임과 부담을 줄여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신문은 “일본은 2030년에 삿포로에서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계획”이라며 “향후 올림픽의 이상과 꿈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기 위해서는 이번을 교훈삼아 전세계에 올림픽 개혁을 호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TV 방송에 출연해 “IOC는 돈을 (최대한) 내지 않으려 하고 있지만 이번 문제는 누구 하나의 책임이 아니다”라며 “도쿄도, 조직위원회, 일본 정부에도 책임이 있지만 동시에 IOC도 책임지지 않으면 안된다”고 연기에 따른 비용을 IOC도 부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올림픽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로 인한 개최국 일본의 경제적 손실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일본은 어떻게든 손실을 줄이려 전방위로 노력 중이다. 급기야 ‘올림픽 헌장’까지 꺼내들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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