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중장기 로드맵 속 이심전심…팔색조 정정용호의 비밀

  • 뉴스1
  • 입력 2019년 6월 13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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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부터 중장기 계획 세우고 폴란드 월드컵 준비
경기마다, 심지어 경기중에도 달라지는 전술변화 ‘척척’

정정용 U-20 대표팀 감독이 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아레나 루블린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2019.6.12/뉴스1 © News1
정정용 U-20 대표팀 감독이 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아레나 루블린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2019.6.12/뉴스1 © News1
“지난 2년간 선수들과 함께하면서 즐거운 일도, 힘든 일도, 보람된 일도 있었다. 여러 가지 일들을 뒤로하고 이제 본선을 앞두고 있다. 두려움 없이 한계에 도전해보겠다.”

폴란드에서 열리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을 향한 첫 출발은 지난 2017년 5월이었다. 그해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예선에 대비하기 위한 U-18 대표팀이 5월2일부터 10일까지 파주NFC에 소집됐다.

그 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지도자가 바로 정정용 감독이다. 그 소집을 기점으로 이번 대회까지 큰 그림을 그렸으니 정 감독의 표현처럼 ‘2년간’ 중장기 계획 속에 치러지는 무대라고 볼 수 있다.

치밀하고 계획적인 지도자 정정용 감독은 첫 소집 때부터 발렌시아 유스팀 소속의 이강인을 불렀을 정도다. 당시 나이 16세로, 그때부터 이강인은 2살 많은 형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저 ‘슛돌이’로만 기억되던 유망주가 대표팀 유니폼을 처음 입었던 때이기도 하다. 이강인을 위한 선택이면서 동시에 다른 선수들을 위한 조치였다.

당시 파주에서 만난 정정용 감독은 “국내 선수들이 국내에 계속 머물면 국내용에 그칠 수밖에 없다. 더 큰 경험을 쌓으려면 바다 밖으로 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승우나 이강인 같은 친구들은 이미 밖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이라면서 “(그런 유럽파를 불러서 함께 훈련을 시키면)자연스럽게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이강인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직접적으로 “(다른 선수들이)이강인 같은 친구들과 함께 훈련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국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아,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도 이렇구나’라는 경험을 하면서 자신감을 찾을 수 있다”는 속내를 전했다.

그렇게 시작된 2년 로드맵의 끝이 보이고 있다. 정 감독의 표현처럼 두려움 없이 세계무대에 도전한 선수들은 남자축구 사상 첫 FIFA 주관 대회 결승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했고 이제 오는 16일 오전 1시(한국시간)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우승을 노린다. 정정용호가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 아시아 최초다.

일찌감치 호흡을 맞춰왔기에 ‘이심전심’이 가능한 팀이 됐다. 이번 대회를 지켜본 팬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 ‘팀으로서의 조직력’이 돋보인다는 사실이다. 이강인이라는 특별한 선수의 개인기량이 워낙 빛이 나서 상대적으로 바래는 느낌이 있을 뿐 전체적인 조직력도 흠 잡을 데가 없는 수준이다.

특히 전술적인 이해도가 빠르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은 경기마다 조금씩 다른 전술을 가동하고 있다. 3백으로 나선 경기도 있고 4백으로 진행한 경기도 있다. 전방 구성도 원톱, 투톱 다양했고 중원의 구성도 팔색조처럼 변했다. 심지어 경기 중에도 전술을 바꿨는데, A팀 형들도 쉽지 않은 변화를 충실하게 소화해 냈다. 그 원동력은, 오래전부터 해왔기 때문이다.

정 감독은 에콰도르와의 준결승이 끝난 뒤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를 묻는 질문에 “대표팀은 소집 기간이 많지 않으니까 전술을 이해시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온 친구들에게는 이미 지난해 최종예선 때 전술노트를 나눠줬다. 이런저런 전술을 쓸 것인데, 그것을 미리 숙지하라고 이야기했었다”고 밝혔다. 적어도 1년 전부터는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는 의미다.

함께 한 시간이 쌓이면서 선수들의 자신감도 배가 됐다. 차세대 거미손을 예약한 이광연 골키퍼는 “다른 사람들은 믿지 않았겠지만 우리는 결승에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면서 “모든 것을 다 쏟아내 반드시 트로피를 들어올릴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지도자도 선수들도 세계의 벽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정용호다.

(우치(폴란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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