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퍼렇게 멍들어도…, 포수의 숙명 일깨우는 최재훈의 멍자국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5월 29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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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한화 최재훈이 사구를 맞고 있는 모습. 스포츠동아DB
지난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한화 최재훈이 사구를 맞고 있는 모습.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 포수 최재훈(30)은 올 시즌 팀이 치른 54경기 중 51경기에 나섰다. 29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안방은 그의 몫이었다. 오른쪽 어깨에 길이 20㎝, 너비 10㎝ 가량의 커다란 멍자국이 선명한데도 경기에 앞서 팀 훈련을 마치자마자 20분간 개인 체력훈련을 따로 소화했다. 그 뒤에도 숨 돌릴 틈은 없었다. 이번에는 이날 선발등판한 외국인투수 채드 벨과의 전력분석미팅이 기다리고 있었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다. 그러나 몸이 불편하면 적절한 휴식으로 원기를 되찾아야 할 텐데도, 다른 포수들처럼 최재훈 역시 손사래를 쳤다. 그는 “(김)종민이 형도 잘하고 있고, 지금은 아파서 잠시 2군에 가있는 (지)성준이도 잘하고 있지만 내가 아프다고 빠질 순 없다. 지금 팀 상황도 어렵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시퍼런 멍은 2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때 맞은 사구 때문이다. 최재훈은 “올해 이영하(두산)한테만 두 번이나 맞았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마치 경기 도중 얻은 ‘영광의 상처’라도 되는듯 멍자국을 내보이기까지 했다. 벌써 5개의 사구를 기록 중이다.

긍정의 힘은 최재훈이 힘겨운 안방지기 생활을 견딜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는 “머리가 아프다. 입력할 게 많으니까”라고 말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날그날 상대 타자들의 성적은 물론 습성과 컨디션까지 미리 파악해야 하고, 경기에 앞서 선발투수와 게임 플랜을 짜서 공유해야 한다. 또 경기 중에는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 반사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자리가 포수이기 때문이다.

개인성적도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최재훈은 ‘나보다 우리’, 팀을 먼저 생각했다. 그는 “타격에는 크게 욕심을 내지 않는다. 출루율에 집중하고, 상대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는 게 우선이다”고 밝혔다. 올 시즌 꾸준히 2할대 후반의 타율을 유지하면서도 겸손하기만 하다. 이 모든 것이 결국은 포수의 숙명임을 어느덧 프로 12년 차의 베테랑이 된 그는 누구보다 잘 깨닫고 있었다.

대전|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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