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했지만 더 강해져야 한다는 울산 김보경, 오늘이 아닌 내일을 바라보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5월 13일 15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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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울산 김보경이 페널티킥을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울산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울산 김보경이 페널티킥을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울산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짧았지만 강렬한 추억을 쌓았던 친정 전북 현대와의 만남. K리그1 울산 현대의 ‘특급 미드필더’ 김보경은 평소보다 많이 긴장했다. 팀·개인 훈련 틈틈이 상대 영상을 돌려보며 이미지 트레이닝도 열심히 했다.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12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11라운드 홈경기의 주연은 김보경이었다. 이날 울산은 전북을 2-1로 물리쳤다. 전날(11일) 안방에서 대구FC를 2-1로 꺾은 FC서울(승점 21)에게 잠시 2위 자리를 내줘 3위로 내려앉은 울산은 ‘디펜딩 챔피언’ 전북을 제물 삼아 가장 먼저 7승(2무2패) 고지를 밟으며 승점 23, 선두에 복귀했다.

평소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던 울산 김도훈 감독이 “사나이다운 축구를 했다. 긴 전쟁의 한 전투를 이겼을 뿐이지만 가슴 뜨거운 승리”라며 감격해했을 정도로 울산의 퍼포먼스는 출중했다.

특히 김보경의 역할이 컸다. 0-0 팽팽한 균형을 허문 후반 16분 킬 패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전방으로 쭉 찔러준 볼을 김인성이 전북 진영 한가운데로 빠르게 돌파하며 골을 만들었다.

전북은 뒤늦게 시동을 걸었지만 이미 분위기는 울산으로 넘어갔다. 김보경은 후반 추가시간이 적용된 46분, VAR(비디오판독)로 김태환이 얻은 페널티킥(PK) 찬스를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울산은 한 골을 허용했으나 리드를 지켰고, 김보경은 MOM(맨오브더매치)이 됐다.

2016년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전북 유니폼을 입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2016)을 경험한 김보경은 겨울이적시장에서 가시와 레이솔(일본)에서 울산으로 임대됐다. 1년 반 만의 전북 유턴도 고려했으나 울산이 훨씬 적극적이었다. 전북이 망설일 때 울산은 주저 없이 러브 콜을 보냈다.

전반 초반부터 왕성한 활동량으로 후반 중반부터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으나 울산 벤치는 끝까지 교체하지 않았다. 아무리 체력이 떨어져도 볼을 간수하는 능력은 팀 내 최고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이 주효했다.

반대로 전북은 김보경이 가장 두려웠다. 긴장한 기색을 동료들에게 알리지 않으려던 그와 마찬가지로 상대는 믹스~김보경으로 꾸려진 울산의 중원 조합이 부담스러웠다. 김보경이 두 골에 전부 관여했으니 전북의 봉쇄는 실패한 셈이다.

김보경은 올 시즌 10경기에서 공격 포인트 7회(3골·4도움)를 기록 중이다. 경기당 1회에 근접한 수치다. 타고 난 축구 지능과 센스, 감각은 쉽게 막을 수 없다. 별다른 혼란 없이 K리그에 적응한 그에게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생애 첫 K리그 우승과 국가대표팀 복귀다. 올 초 스포츠동아와 만났을 때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묵묵히 기다리면 기회가 열릴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분위기는 조성됐다. 가시와에서 팀 패턴에 녹아들지 못한 아쉬움을 떨쳐내고 있다. 물론 만족하지 않는다. “우린 도전자로 출발했다”는 그이다. “내가 알던 전북은 이보다 강하다. 우린 더 강해져야 한다”고 말한 김보경은 오늘이 아닌, 아직은 알 수 없는 먼 내일을 바라보고 있다.

울산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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