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판티노, 공동유치 먼저 제안
축구협 “정부 판단 기다리는 중”… 정부 “논의 없었지만 긍정 검토”
15일까지 서류 내야… 北에 달려, 일본-호주 등 이미 의사 표명
2023년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 개최를 제안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AP 뉴시스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 개최가 실현될 수 있을까. 국제축구연맹(FIFA) 잔니 인판티노 회장이 2023년 여자월드컵의 남북 공동 개최를 먼저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AP통신에 따르면 인판티노 회장은 이날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 열린 국제축구평의회 회의에서 “남북한의 2023년 여자월드컵 공동 유치는 굉장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FIFA가 아시안컵 결승이 열린 2월 1일 정몽규 회장에게 공동 개최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협회가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에 정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전병극 대변인은 “축구협회를 통해 내용을 전달받았고, 장관도 알고 있다. 아직까지 정부 차원의 공식 논의는 없었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판티노 회장의 제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청와대 만남에서 희망한 ‘남북 월드컵 공동 개최’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당시 문 대통령은 “남북한을 포함해 동북아 이웃 나라가 함께 월드컵을 개최하면 평화 조성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때 문 대통령을 만나 “남북 공동 개최를 얘기하신 게 불과 1년 전이었다. 당시엔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그 사이 평창 겨울올림픽 등 많은 일이 일어났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공동 입장 및 2032년 올림픽 공동 개최에 힘을 실어주었듯이 인판티노 회장이 ‘세계평화 카드’를 꺼내들어 관심을 끌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치 실현 여부는 북한의 손에 달렸다. 협회 관계자는 “이미 FIFA에 ‘우리는 공동 개최 의향이 있다. 좋은 생각이다’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의향서는 남북이 각각 써야 되는데 북한도 ‘공동 개최’ 항목에 표기를 해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많지는 않다. FIFA는 지난달 각 회원국에 유치 희망 의향서(공식 신청에 앞서 제출하는 서류)를 15일까지 내달라고 요청했다. AP통신에 따르면 2023년 대회는 호주, 콜롬비아,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치 의사를 표명했다. 공식 신청 마감은 다음 달 16일이며 개최지는 내년 3월에 결정된다.
2019년 여자월드컵 유치전에서 프랑스에 밀려 고배를 마셨던 한국은 지난해 202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남자 축구) 유치를 신청해 놓은 상황이라 같은 해 열릴 여자월드컵의 단독 개최 의사는 없었다. 한국은 그동안 2002년 한일 월드컵, 2007년 17세 이하 월드컵, 2017년 20세 이하 월드컵 등 FIFA 주관 남자 연령대별 월드컵을 유치했지만 여자대회를 개최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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