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의 가을통신] 넥센 허정협의 첫 가을, 준비된 자에게 주어진 선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0월 30일 05시 30분


넥센 허정협. 스포츠동아DB
넥센 허정협. 스포츠동아DB
넥센 히어로즈는 이정후(20)가 빠진 채로 SK 와이번스와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를 치르고 있다. 한화 이글스와 준PO 2경기에서 9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여러 차례 호수비로 안정감을 보여준데다 상대 배터리가 부담을 가질 만한 타자라는 점에서 그의 공백은 뼈아프다. 게다가 PO 1~2차전을 모두 패하며 2018시즌을 접을 위기에 놓인 터라 아쉬움이 더욱 클 터다.

그러나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누군가는 이정후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그 자리에 허정협(28)을 발탁했다. 2017시즌에는 4월에만 7홈런을 몰아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이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허정협이기에 장 감독의 선택을 다소 의외로 받아들이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장 감독의 선택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항상 준비가 돼있는 선수다. 잘할 것으로 믿는다.” 준비된 자에게 주어진 선물이었다.

장 감독의 말대로 허정협은 소문난 연습벌레다. 부족한 점에 대해 끊임없이 코칭스태프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으려 노력한다. 장 감독은 “(허정협은) 궁금증이 워낙 많은 선수”라고 했다. 올해 정규시즌(1군) 25경기 타율 0.250(24타수6안타), 2타점의 성적을 거둔 게 전부지만, 2군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으로 코치진의 마음을 움직였다. 허정협은 “2군에서 준비를 잘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이)정후가 빠진 상황에서 엔트리에 들게 됐는데, 경기에 나가게 되면 상황에 맞게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정규시즌이 끝나고 PO 1차전(27일)까지 약 2주간의 공백이 있었다. 이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허정협은 2군 연습게임에 꾸준히 나가면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했다. 그리고 잠시도 이 생각을 놓지 않았다. “만약에라도 가을야구 엔트리에 들어가면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2군행을 좌절 대신 기회로 여기는 긍정적인 마인드는 과거와 가장 큰 변화다.

허정협의 역할은 우타 대타요원이다. 장타력이 뛰어난 타자라 상대 배터리 입장에서 무작정 승부하긴 쉽지 않다. 타고난 힘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장 감독은 “기회가 주어지면 편안한 마음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허정협은 “무엇보다 가을야구를 처음 경험한다는 게 설레고 기분 좋다”며 “큰 경기에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다. 왼손투수에 맞춰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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