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C 캠페인] 아마추어까지 깊이 번진 검은 유혹…결국 교육이 답이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0월 30일 05시 30분


사진제공|FC서울
사진제공|FC서울
갑자기 도착한 휴대폰 문자 한 통. ‘절대 비밀보장’ ‘클릭 한 번=회원가입’ ‘무조건 고수익’ 따위의 문구로 눈길을 사로잡고 마음을 현혹시키는 이 문자는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로 연결하는 링크가 포함돼 있다. 상당수는 이를 무시하지만 몇몇은 호기심에 사이트에 접속하고 회원가입 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잊을 만 하면 각종 미디어를 통해 모 프로종목 선수가 불법 행위에 가담해 경찰(또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그 때마다 “이번에는 꼭 근절하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가 활개를 치고 독버섯처럼 곳곳에 번진 지금, 완전한 근절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건전한 행동으로 유도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게다가 불법스포츠도박은 아마추어스포츠에 뿌리가 박혀 있어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 아마추어 전반에 걸친 불법행위

프로축구 K리그1 강원FC는 올해 4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신인선수 A가 불법스포츠도박에 베팅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부터다. A의 과거가 알려진 계기도 당혹스러웠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활약한 A는 중고매매사이트를 통해 유니폼 판매를 시도했다. 구매자가 대금을 송금했는데도 A는 물건을 보내지 않았다. 결국 구매자는 A를 사기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경찰이 통장내역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A의 수상한 행적이 파악됐다.

대한축구협회도 A에 대한 징계에 나섰다. 불법스포츠도박 가담 행위가 프로 선수로서 활동하는 시기가 아닌, 대학 시절의 행위가 문제가 된 탓이다. 수사 결과와 별개로 3개월 출전정지와 사회봉사 40시간을 처분했다.

물론 수위가 마냥 높다고는 볼 수 없다. 협회 규정에 따르면 불법도박을 했을 경우, 최소 6개월 이상 출전정지를 내릴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A의 경우는 대학 시절의 호기심으로 저지른 잘못이라는 점이 참작됐다.

사실 프로종목 선수들의 아마추어 시절 불법도박 사실이 확인된 것은 A의 사례가 전부는 아니다. 2015년 10월 남자프로농구 스타급 선수들이 대학 시절 불법스포츠도박에 참여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기소유예와 출전정지 등 비교적 가벼운 처분을 받았지만 한동안 따가운 눈총을 견뎌야 했다.

전문가들은 아마추어, 특히 학원스포츠를 중심으로 불법스포츠도박이 독버섯처럼 빠르게 번져있고 널리 노출됐다고 파악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소속(학교 또는 클럽)이 새겨진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PC방에서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에 접속하는 어린 친구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사진제공|강릉시
사진제공|강릉시

● 호기심에서 시작되는 불법도박

아마추어 선수들이 불법스포츠도박에 쉽게 노출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호기심이다. 2016년 4월 동계종목 쇼트트랙 선수 18명이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 대부분은 경찰수사에서 “주로 선배들이나 동료들로부터 얘기를 듣고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이 무렵, 익명을 요구한 프로야구 선수 B도 대학 시절 팀 동료로부터 불법스포츠도박 가담을 권유받았다고 고백했다. B는 “훈련을 끝내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친구들이 노트북으로 게임 사이트에 접속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궁금해서 들여다봤더니 국내스포츠뿐 아니라 해외축구, 미국프로농구까지 내용이 다양했다. 무리 중 하나가 나에게도 해보라고 권유해 호기심이 일었지만 안 하는 게 옳다고 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B는 한동안 친구들로부터 소외됐다고 한다. 특정 집단의 커뮤니티에 민감한 어린 선수들에게는 ‘왕따’가 더 무서운 법이다. 더욱이 어릴 때부터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 살다보니 분위기에 쉽게 휩쓸린다.


● 단순 호기심이 습관으로…결국 교육이 해법

베팅 금액이 처음에는 소액이었다가 점차 커진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된 쇼트트랙 국가대표 3명은 불법스포츠도박에 국내프로야구와 농구 등에 개인당 200~300만원씩 상습적으로 베팅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선수들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자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코치들도 마찬가지였다. 전직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는 수백여 차례에 걸쳐 약 4억원가량 베팅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스포츠도박에 참여했던 아마추어 선수들은 “대학에 재학 중일 때에는 사설 스포츠도박 사이트에 베팅하는 것이 잘못인지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관련 전문가는 “불법스포츠도박은 근절이 아닌 예방을 위한 접근을 해야 한다. 프로에 입단하면 지속적인 교육이 이뤄지지만 아마추어는 그렇지 않다. 아마추어 종목도 같다. 교육을 통해 문제를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덧붙여 “지도자들의 노력과 함께 선수들 스스로 문제를 인지하고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단 (문제인지) 아리송하면 안 하는 것이 상책이다”며 “이상한 사이트에는 아예 접속하지 않아야 한다. 쉽게 번 돈은 쉽게 쓰이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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