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여궁사가 쏜 화살, 장애의 벽 뚫고 무한 비행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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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양궁 네마티 끝없는 도전… 보통 선수와의 경쟁 자체가 기적
“2020도쿄올림픽도 나가고 싶다”

이란의 국민 영웅 자라 네마티가 24일 양궁 리커브 라오스와의 혼성전 경기 도중 밝게 웃고 있다. 휠체어를 탄 여궁사인 그는 
유일하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와 장애인 아시아경기에 연속 출전한다. 자카르타=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란의 국민 영웅 자라 네마티가 24일 양궁 리커브 라오스와의 혼성전 경기 도중 밝게 웃고 있다. 휠체어를 탄 여궁사인 그는 유일하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와 장애인 아시아경기에 연속 출전한다. 자카르타=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란의 여자 양궁 선수 자라 네마티(33).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출전한 1만여 명의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휠체어를 탄다. 두 다리를 쓸 수 없는 장애인이지만 당당하게 비장애인 선수들과 경쟁했다.

21일 열린 여자 리커브 개인전 예선에서 그는 622점을 쏴 31위에 올랐다. 32강전과 16강전을 연이어 통과했지만 8강전 경기 개시 시간을 착각하는 바람에 기권패를 당했다.

24일 혼성전에서도 8강까지 진출한 뒤 강호 일본 선수들에게 0-6으로 완패해 아시아경기 일정을 마감했다. 경기 후 그는 10분 넘게 눈물을 흘렸다. 동료들이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지만 패배의 아픔을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듯 보였다.

네마티의 눈물에 대해 이란 대표팀 관계자는 “네마티는 자존심이 센 선수다. 장애인치고 잘했다는 평가보다는 누구랑 상대해도 이기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한국 양궁 대표팀 총감독은 “양궁은 척추가 중심을 잡아줘야 잘할 수 있는 종목이다. 휠체어를 타고 보통 선수들과 경쟁한다는 자체가 기적”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네마티의 경기 방식은 보통 선수들과는 조금 달랐다. 양궁 규정상 활을 쏜 뒤에는 사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만 휠체어를 탄 그는 오른손을 번쩍 들어 심판에게 활을 쏜 사실을 알렸다. 점수 확인도 직접 과녁에 가지 않고 망원경을 통해서 했다. 이는 장애인 양궁 경기 방식에 따른 것이다.

비록 메달을 따진 못한 채 아시아경기를 마무리했지만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9월에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장애인 아시아경기다. 그는 유일하게 아시아경기와 장애인 아시아경기를 함께 뛴다.

양궁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의 장벽을 허문 그는 이란에서는 국민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학생 시절 엘리트 태권도 선수였던 그는 18세이던 2003년 이란 지역에 일어났던 대지진 때 교통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사고 후 2년간 상실감에 빠져 아무것도 못하던 그는 양궁을 접한 뒤 새 인생을 걷게 됐다.

네마티는 2012년 런던 패럴림픽 양궁에서 금메달을 따며 이란 선수로는 최초로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2016년에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동시 출전했다. 올림픽에서는 개인전 33위를 차지했고, 패럴림픽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리우 올림픽 때 이란 선수단 기수를 맡기도 했다. 2017년에는 세계양궁연맹 올해의 선수로도 선정됐다.

네마티는 “포기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 장애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능하면 2020년 도쿄 올림픽에도 나가고 싶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는 자체가 내겐 큰 즐거움”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아시아경기#양궁#자라 네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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