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라오스 야구, 1회가 안 끝날 줄 알았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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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과 국제무대 데뷔전 0-15… 5회 겨우 넘기고 6회 콜드패
“길어야 4년 배운 선수들이 이정도만 해도 대단한 결실”

라오스 야구대표팀의 날로르 그니아투(왼쪽)가 태국과의 경기에서 타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축구장에 선을 긋고 연습하던 라오스 선수들은 21일 첫 국제대회를 치렀다. 자카르타=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라오스 야구대표팀의 날로르 그니아투(왼쪽)가 태국과의 경기에서 타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축구장에 선을 긋고 연습하던 라오스 선수들은 21일 첫 국제대회를 치렀다. 자카르타=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라오스팀을 이끌고 21일 자카르타 GBK 야구장에 도착한 이만수 라오스야구협회 부회장(사진)은 “눈물이 다 났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4년 전 처음 라오스에 발을 디뎠던 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2014시즌을 마친 뒤 SK 지휘봉을 내려놓은 그는 홀로 라오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아이들을 모아 ‘라오 브러더스’ 야구팀을 만들었다. SK 선수들이 하나둘 모아준 장비로 야구를 배운 아이들이 이제 어엿한 국가대표가 돼 2018 자카르타-팔렘방 경기가 열리는 GBK 야구장의 공식 첫 경기 주인공이 됐다. 라오스 선수들은 이날 처음으로 공식 국제경기에 나섰다.

라오스에서는 축구장을 빌려 선을 긋고 연습해야 했기에 라오스 선수들은 이번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한국에서 미니캠프를 차려 전지훈련을 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백방으로 뛴 끝에 경기 화성에서 전지훈련을 한 이들은 고교 명문 덕수고를 상대로 훈련을 하기도 했다. 엘리트 선수들과 훈련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라오스의 국제무대 데뷔전 상대는 태국이었다. 라오스는 태국, 스리랑카와 1라운드 대결을 펼치고 세 팀 중 1위만 아시아경기 본선에 합류하게 된다. 태국은 이번이 6번째 아시아경기 참가다. 신생아나 다름없는 라오스로서는 대선배를 만난 셈이다. 관중 역시 3루 태국 쪽에만 있었다. 라오스 쪽 관중은 라오스 관계자 한 명이 전부였다. 그나마 대회 자원봉사자 몇몇이 드문드문 앉아 휴식을 취하지 않았다면 객석이 텅 빌 뻔했다.

라오스의 선발 투수 피타크 호프코프(18)가 마운드에 올랐으나 너무 긴장해 목과 등에 담이 왔을 정도였다. 호프코프는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두 번째 타자에게 볼넷을 내준 뒤 세 번째 타자를 땅볼로 잡았다.

하지만 실책이 계속됐다. 라오스 선수들은 공이 외야로만 가면 정신을 못 차렸다. 맨바닥에 선을 그어놓고 야구를 하는 이들에게는 야구장 외야에 서는 것 자체가 생소한 일이었다. 공을 어디로 던져야 하는지 혼동하기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태국 선수들은 릴레이 계주를 하듯 마음 놓고 홈을 향해 달렸다. 그 귀하다는 그라운드 홈런도 데뷔전에서 허용하고 말았다.

5회까지 14점을 허용해 5회 콜드게임(5회까지 15점 차)은 겨우 면했지만 버티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6회초 공격을 삼자범퇴로 마친 라오스는 6회말 상대 선두타자에게 3루타를 허용했고 곧바로 적시타가 터졌다. 라오스의 공식 국제무대 데뷔전은 그렇게 ‘15-0’ 6회 콜드패로 끝났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콜드패를 당한 선수들에게 “정말 잘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1회가 안 끝날 줄 알았다. 이제 야구를 길어야 4년 한 선수들이다. 우리도 야구가 처음 들어와 자리 잡기까지 20∼30년이 걸렸다. 6회까지 15-0으로 진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라오스가 1승이라도 거두면 라오스 도심에서 팬티만 입고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선언한 이 부회장은 경기 후 “제발 벗고 싶은데 안 도와준다. 내일 스리랑카전도 쉽지 않겠지만 도전해보겠다”며 웃었다.

이 부회장은 “야구를 통해 라오스에 꿈을 던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첫 경기에서 대패를 당했지만 그와 라오스 선수들로는 위대한 첫발을 내디딘 셈이었다.
 
자카르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자카르타-팔렘방 경기#야구#라오스#이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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