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태권도대표팀 이화준이 8일 진천선수촌 개선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이화준(22·성남시청)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태권도 겨루기 대표팀의 다크호스로 손꼽힌다. 대표팀 김종기 감독은 강자들이 즐비한 남자 80㎏급에서 이화준이 일을 낼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목표로 정한 6개의 금메달에 ‘깜짝 선물’을 더할 주인공으로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단 새내기를 점찍은 것이다. “이화준이 다크호스라고 큰소리를 치는 이유가 다 있다.” 김 감독의 목소리에 힘이 느껴졌다.
이화준은 5살 때 처음 도복을 입었다. 그 배경이 흥미롭다. “태권도 체육관에 등록하면 자전거를 선물로 준다고 하길래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잘한 것 같다. 선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했다.” 이렇게 천진난만했던 소년이 17년 뒤 당당한 국가대표가 돼 국민들 앞에서 기량을 뽐낼 기회를 얻은 것이다.
아픈 과거가 있다. 이화준은 늘 태극마크를 목전에 두고 좌절했다. 계명대 시절부터 그랬다.
스스로도 “항상 마지막 벽 하나를 못 넘었다. 그저 그런 2~3등이었다. ‘하나만 넘으면 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 5월 AG 대표선발전 준결승과 결승에서 이 체급 대표 강자인 박용현(한국가스공사)과 남궁환(한국체대)을 연파하고 자카르타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화준은 지금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생애 처음 국가대표에 선발됐는데, 그 무대가 종합국제대회인 AG라는 점이 엄청난 동기부여다. 충분한 실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던 아쉬움도 털어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가족을 떠올렸다. 이화준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그는 “부모님께선 항상 ‘하고 싶은 대로 하라. 운동을 그만둬도 좋다’고 하셨다. 그런데 한 달간 운동을 안 하니 몸이 간지러워서 ‘다시 하겠다’고 하면, 그때마다 들어주셨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정말 많았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니 절대 그럴 수 없었다”고 밝혔다.
AG는 그에게 특별한 무대다.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금메달을 획득하면 병역 혜택을 받는다. 김 감독은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전지훈련 차 한국을 찾은 러시아 대표선수 막심 크람트코프도 이화준과 연습경기를 하면서 많이 놀라더라. 이화준이 근성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용기를 불어넣었다. 이화준은 “AG에서 성공하기 위한 키워드는 ‘무조건 앞으로 돌격’이다. 그렇게 해서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다시 한번 “수비만 해선 이길 수 없다. 공격적으로 임하면 된다”는 김 감독의 조언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