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IA 살린 이범호, 이게 베테랑의 품격이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5월 31일 2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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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범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이범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31일 광주 넥센전을 앞둔 KIA 김기태 감독은 최대한 말을 아꼈다. “문제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 지금은 위안거리를 찾기보다 에너지를 쏟아 부을 시기”라는 굵고 짧은 메시지만 남겼다.


KIA는 29~30일 경기에서 각각 8-12, 1-6으로 완패했다. 이면계약에 따른 현금트레이드 파문으로 팀 분위기가 최악이었던 넥센을 상대로 무기력하게 무너진 탓에 분위기는 더욱 침체됐다. 특히 30일 경기에선 10안타 5볼넷을 얻어내고도 단 1득점에 그치는 최악의 빈공에 시달렸다. 한마디로 안 되는 집안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31일에는 달랐다. “5월의 마지막 날이니 잘해보겠다”던 김 감독의 말대로 공·수의 완벽한 밸런스를 앞세워 5-0 완승을 거두며 2연패를 끊고 5할 승률(27승 27패)을 맞췄다.


그 중심에는 베테랑 이범호(36)가 있었다. 4월까지 11경기에서 타율 0.182(33타수 65안타)로 최악의 부진을 보인데다 부상까지 겹치며 고개를 숙였던 이범호다. 그러나 5월 들어 서서히 타격감을 회복하더니 이날은 6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장해 2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핵심타자임을 입증했다.


1-0으로 앞선 2회 넥센 선발 최원태의 3구째 슬라이더(시속 131㎞)를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8호)으로 연결했고, 4-0이던 8회에도 조덕길의 직구(시속 142㎞)를 잡아당겨 좌월 솔로포(9호)를 터트렸다. 7이닝 3안타 1볼넷 7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6승(2패)째를 따낸 선발투수 헥터 노에시가 편안하게 투구할 수 있도록 돕고, 승리를 확정하는 축포까지 쏘아 올린 것이다.


이범호는 KBO 역대 38번째 6년 연속 10홈런에도 단 하나만을 남겨뒀다. 꾸준함의 상징과도 같은 기록에 다가선 동시에 팀을 위기에서 구한 베테랑의 품격이 빛난 한판이었다.

광주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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