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풍 코치의 ‘BABIP’ 멘탈 케어를 아시나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5월 29일 05시 45분


이지풍 코치(왼쪽). 스포츠동아DB
이지풍 코치(왼쪽). 스포츠동아DB
“운이 안 좋았을 뿐 타구 질 좋다”
선수들 ‘타격 슬럼프’ 극복 도움


‘BABIP(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란 영문 뜻 그대로 홈런, 4사구, 삼진을 제외하고 배트에 맞아 페어존에 들어간 타구에 대한 타율을 말한다. 수많은 논쟁과 검증을 통해 현재는 이러한 ‘타자들의 BABIP 이론’은 상당 부분 근거가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물론 타자의 타격 성향이나 타고난 재능이 BABIP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 발이 빠른 타자는 주력을 통해 내야에 떨어뜨리는 타구를 아웃이 아닌 내야 안타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인플레이된 타구들이 아웃카운트로 바뀌는 것은 상대팀 수비수들의 능력과 행운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지배적이란 것이 정설이다.


BABIP는 정신적 안정을 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사소한 일들도 운이 안 좋아 잘 안 풀릴 때가 있다. 야구도 이와 마찬가지로 ‘내가 운이 없어서 지금은 안타가 안 나오는구나’라는 식의 마음가짐은 불필요한 멘탈리티의 붕괴를 피하는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현재 KT 위즈 트레이닝 코치인 이지풍 코치는 과거 넥센 히어로즈에 있을 때 “넥센 선수들은 BABIP가 뭔지 잘 알뿐더러 언어 유희적으로 바빕(BABIP)을 뷔빕(VVIP)으로 모신다”라고 말했다. 타구가 아웃이 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다음 해 연봉이 달라질 수 있으니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넥센 선수들의 인식 변화에는 이지풍 코치의 공이 가장 컸다.


2014시즌 MVP인 서건창은 그 해 7월에 슬럼프가 심하게 왔었다. 그는 이지풍 코치로부터 “지금 아웃되는 타구들의 질은 나쁘지 않다. 운이 안 좋아서 안타가 되지 않을 뿐이니 괜히 늦게까지 연습하지 말고 마음 편히 먹어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올 시즌 초에 돌풍을 보여준 KT 타자들 또한 이지풍 코치의 BABIP를 통한 멘탈 케어를 수시로 받고 있다고 한다.


이제 선수들이나 그들을 관리하는 코치들은 단순히 BABIP를 단순한 야구 스탯(stats) 정도로만 취급하지 않는다. 선수들은 BABIP를 앎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다. 코치들은 선수들을 더 발전시키고 궁극적으로 팀의 성적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본래 타격은 사이클이 있는 메커니즘이다. BABIP를 통한 멘탈 트레이닝의 핵심은 이런 메커니즘의 기복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타자들이 BABIP 개념을 통해 타격 슬럼프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용석 스포츠동아 객원기자 cys02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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