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동엽이 3일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했다 부상으로 부진한 뒤 돌아온 그는 2015년 SK에 몸담은 뒤 올 시즌 장타력을 뽐내며 ‘홈런 구단’ SK의 선봉에 서고 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김동엽(28)은 프로야구 SK 선수 중 유일하게 트레이 힐만 감독이 따로 부르는 별명이 있다. 팬들에게는 ‘킹동엽’이지만 힐만 감독은 그를 ‘퍼니맨(Funny Man)’이라 부른다. 항상 웃는 힐만 감독에게 김동엽이 먼저 ‘퍼니맨’이라고 부른 게 시작이었다. 힐만 감독이 웃는 자신을 보며 다시 웃는 김동엽에게 똑같이 ‘퍼니맨’이라고 되갚아 줬다. 힐만 감독은 이 일화를 소개하면서 능숙한 한국어 발음으로 “웃긴 놈∼”이라며 씩 웃었다.
홈런 군단 SK에서도 최선봉에 서 있는 김동엽을 보며 힐만 감독은 웃지 않을 수 없을 터다. 김동엽은 올 시즌 13경기에서 홈런 6개를 때려냈다. 12일 현재 팀 동료 로맥 등과 함께 홈런 공동 1위다.
사람들은 그의 파괴력에 한 번, 그가 신인 드래프트 2차 9라운드 출신이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란다. 천안북일고 시절 고교생 거포로 주목받았던 그는 2009년 미국 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도전은 오른 어깨 수술 후 별다른 활약 없이 싱글A에서 멈췄다. 귀국 후 프로무대 참가가 제한되는 2년 동안 공익근무요원 복무를 마치고 나니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 날 해외 유턴파들은 대부분 상위 라운드 지명을 받았지만 김동엽은 집 주변에서 홀로 배팅 연습을 하고 있었던 까닭이다.
“(드래프트에) 안 갔어요.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 때 아파서 잘 못했거든요. 보여준 게 없어서 신경도 안 쓰고 있었어요. 드래프트는 초대돼야 가는 거 아니에요?(웃음) 다른 애들은 연락을 받았다는데 저만 연락을 못 받았어요. 어딘지도 몰랐고요. 혹시 신고선수라도 될 수 있을까 싶어서 연습은 하고 있었죠. 친구들이 끝나고 SK 지명됐다고 알려주더라고요.”
SK는 왜 김동엽을 뽑았을까. 당시 스카우트 팀에 있었던 SK 송태일 육성그룹장은 “티 배팅 하는 걸 봤는데 망을 찢는 줄 알았어요. ‘야, 대단한데’ 이러고 있었는데 그때는 다들 관심이 남태혁(KT·2차 1라운드 1순위 지명)한테 가 있었죠. 동엽이가 당시 트라이아웃에서는 손목이 아프다고 방망이를 거의 못 치기도 했고요. 미국에서 오른 어깨 수술을 해서 공도 왼손으로 던졌는데 그걸 또 다들 좋지 않게 봤어요. 전형적인 반쪽짜리 선수라고 봤을 거예요. 근데 장타력이 있길래 동엽이 고교 시절을 아는 분들한테 수소문했더니 ‘파워도 엄청난데 발까지 빨랐다’고 했어요. 저희도 장타가 터질지 안 터질지는 모르니 상위 라운드는 대미지가 크다고 생각했는데 운 좋게 하위 라운드에서 작전이 성공했죠.”
186cm, 101kg의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으로, 그는 잊혀질 뻔했던 김동엽이라는 이름 석자를 프로무대에 강력히 새겼다.
김동엽은 자신의 생존 전략을 묻자 “장타 속에서도 더 돋보이는 장타를 치기 위해 노력했다”고 답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잘되고 있기는 한데 아직 초반이라 감이 좀 왔다 갔다 해요. 시즌 끝까지 정신 차려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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