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 질문에 가장 답하기 힘든 팀이 KT였다. 2017시즌 KT의 안방은 이해창(31)과 장성우(28)가 나눠 지켰다. 이해창이 655.2이닝, 장성우가 581.1이닝을 소화했다. KT는 출장이닝 1~2위 포수의 간극이 가장 적은 팀이었다. 이는 KT가 지난해 팀 방어율 5.75로 고전했던 여러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김진욱 감독은 시범경기 때부터 주전 포수로 장성우를 점찍었다. “포수는 타격보다 수비가 중요하다. 장성우를 주전 포수로 뛰게 할 생각이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었다. 김 감독의 말대로, 장성우는 개막 후 치른 8경기 중 7번 안방을 지켰다.
‘경쟁자’에서 ‘백업’으로 밀린 듯한 분위기. 이해창으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선발은 감독님의 고유 권한이다. 선수가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된다. 대신 못 나가는 이유를 파악하는 게 먼저다”고 운을 뗐다. “선발 야수는 단 아홉 명이다. 그렇다고 나머지 선수들의 역할이 없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한 그는 “무작정 주전을 욕심내거나 경쟁자를 시기하면 결코 좋은 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해창은 “내 장점은 장타다. 기회가 생긴다면 나도 도움 되는 선수라는 걸 감독님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칼을 갈았다.
지난 주말 두산과 홈 개막 3연전, 이해창은 다짐을 지켰다. 3월 31일 대수비로 출장한 그는 8회 첫 타석에서 안타로 방망이를 예열한 뒤 8회 다시 돌아온 타석에서 좌중월 만루홈런을 때려냈다. 앞서 멜 로하스 주니어에 이어 한 이닝 두 번째 만루홈런으로 KBO 최초 대기록을 합작했다. 이튿날인 1일에는 좌월 솔로포로 2경기 연속 아치를 그렸다. 이해창은 “며칠 전부터 감이 올라오고 있었다. 솔직히 기분이 너무 좋아서 눈물날 것 같았다. 스스로가 대견하다”고 자평했다. 사령탑이 주전으로 점찍었던 장성우가 좀처럼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하는 사이 이해창이 본인의 장점인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다. 프로에는 영원한 주전도, 백업도 없다. KT 안방 경쟁은 시작부터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