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오키나와 다이어리] SK 최정은 왜 캠프부터 혼신을 쏟을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3월 8일 05시 30분


SK 최정은 최근 2년간 KBO리그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한 리그 최고의 거포다. ‘만족’을 모르는 그의 완벽주의자 성향은 지금의 최정을 만든 근원이기도하다. 2018시즌을 앞두고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도 그의 ‘100%’ 욕심은 여전하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SK 최정은 최근 2년간 KBO리그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한 리그 최고의 거포다. ‘만족’을 모르는 그의 완벽주의자 성향은 지금의 최정을 만든 근원이기도하다. 2018시즌을 앞두고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도 그의 ‘100%’ 욕심은 여전하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SK 3루수 최정(31)은 자타공인 완벽주의자다. 완벽주의는 팀을 이롭게, 팬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괴롭다. 최정의 완벽주의는 타고난 성향에 가깝다. 7일 SK의 캠프 구시카와구장에서 만난 최정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희망만 흘러넘치는 3월의 봄 캠프에서 정작 KBO리그 홈런왕은 “타격감이 좋지 않다”고 심각하게 말했다. 그러나 최정을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이라면 안다. 최정의 완벽주의는 만족을 모른다는 것을.

SK 최정. 사진제공|SK 와이번스
SK 최정. 사진제공|SK 와이번스

● ‘몰입의 힘’이 빚은 최정의 커리어

최정은 2016시즌 40홈런, 2017시즌 46홈런을 기록했다. 동일 기간에 최정보다 홈런을 많이 친 KBO리그 타자는 없었다. 2005년 데뷔 이래 통산 271홈런을 터뜨렸다. 장타율뿐 아니라 출루율도 갈수록 치솟고 있다. 2017시즌 최정의 OPS(출루율+장타율) 1.111은 전체 1위 기록이었다.

그럼에도 최정은 2017시즌 스프링캠프부터 전력을 다 쏟는다. 최정은 경쟁이 치열한 SK에서 거의 유일한 주전 확보 선수다. 아프지만 않으면 3루수 보장이다. 이 정도의 입지를 다진 선수라면 개막에 초점을 맞춰놓고, 캠프는 컨디션 조절 차원으로 가는 것이 보편적 상식이다.

그러나 최정은 “데뷔 이래 지금까지 캠프부터 진지하게 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고백한다. “캠프부터 100% 정확한 타격감을 유지해서 시즌 때, 그 감(感)으로 가려고 한다. 캠프에서 생각대로 안 될 때일수록 생각이 많아지는 ‘병’이 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정 정도의 커리어라면 차라리 마음을 편하게 먹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러나 최정의 생각은 다르다. “그렇게 마음먹는 순간, 떨어질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야구하면 안 될 것 같다.” 아무리 경력이 쌓여도 이를 치유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유일한 해법이 훈련이다. “몸에 맡긴다. 생각 없이 야구에 몰입하면 (근심을) 잊는다.” 몸이 기억할 때까지, 안심될 때까지 자신을 몰아붙이는 셈이다. 타협하지도, 체념하지도 않는 한, 최정은 괴로울지라도 스스로 납득할 수 야구를 추구할 수 있음을 체득했다.

SK 최정. 사진제공|SK 와이번스
SK 최정. 사진제공|SK 와이번스

● SK 내부경쟁의 홈런 시너지

최정의 목표는 한결같이 소박하다. “꾸준히 잘하고 싶다.” 사이클이 발생하는 타격에서 어쩌면 가장 난해한 과업일 수 있다. 특히 2018시즌을 마치면 최정은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가 된다. “이런 중요한 시기일수록 더 잘하려 하는데, 오히려 더 단순하게 야구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최정은 2017시즌 타율 0.316, 113타점을 해낸 타격폼과 감각이 몸과 머리에 새겨졌기를 원한다. 그 루틴을 다시 찾아내, 유지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를 둘러싼 SK의 환경은 그 어느 해보다 우호적이다. 최정은 “긍정적인 팀 분위기가 감돈다. 에이스(김광현)가 돌아왔고, 외국인투수와 중간투수들도 강화됐다. 타자들도 그대로다. 지난해(팀 홈런 234개)처럼 쳤으면 좋겠지만 팀 홈런을 의식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뜻밖에도 최정은 “개인적으로 장타보다 출루에 목적을 둔다. 그러다 잘 맞으면 장타가 나온다. 홈런을 의식하지는 않는다. 스윙 궤도만 유지한다. 솔직히 내가 팀에서 힘이 제일 좋은 타자도 아니다. 체격이나 근력이 아주 좋은 것도 아니다. 홈런타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힘이 아니라 이상적 스윙 궤적과 발사각으로 홈런을 뽑아내는 테크니션에 가깝다. 의도하지 않으니 몇 개를 칠지 목표를 세울 수도 없다. 그저 ‘지금만큼만 꾸준히 쳤으면’하는 마음이다.

따라서 최정에게는 타격폼의 정립이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비디오를 많이 봤던 시절이 있었다. 거기서 도움이 될만한 것이 포착되면 바로 실전에서 실험해봤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비디오를 안 본다. 언젠가부터 자기만의 타격 틀이 만들어진 것이다. SK 정경배 타격코치는 “최정이 심각하다고 해서 진짜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기자에게 웃으며 ‘충고’했다. 정 코치는 “2018시즌 최정과 로맥의 홈런 경쟁을 한번 보시라”는 예언을 덧붙였다. SK는 2018시즌에도 홈런으로 각인되는 ‘남자의 야구’를 할 것이다. 그 중심에 ‘방황하는 천재’ 최정이 있다.

오키나와(일본)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