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희 감독은 현대건설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2월 29일 05시 30분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 스포츠동아DB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 스포츠동아DB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49)은 28일 목이 쉬어 있었다. “아직 감독으로서 미숙해서…”라며 웃음을 지었다. 현대건설은 27일 1위 도로공사의 9연승을 저지했다. 벤치의 이 감독은 시종일관 코트에서 역동적 제스처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감독 첫해 팀의 수장이 되어보니 가장 힘든 일은 결국 ‘사람관리’였다. 어떻게 선수들을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느냐는 화두와 직면했다. 이를 위해 이 감독은 내적으로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는 ‘존중’이다. “여자선수들은 말에 상처받을 수 있다. 공적인 미팅 자리에서 되도록 존댓말을 썼다. 어떤 선수가 실전에서 모자란 점이 발견되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모자란 부분을 훈련시켰다. 말 안 해도 선수들은 스스로 안다.” 현대건설 선수들의 얼굴이 이 감독 부임 후 부쩍 밝아진 이유 중 하나일 터다.

둘째는 ‘융화’다. 포지션별 멤버 구성에서 빈틈없어 보이는 현대건설이 ‘왕조’로 향하지 못한 결정적 원인이기도 했다. 다 잘하는 선수만 있는 현실이 오히려 독이었던 셈이다. 이 감독의 처방은 의외로 단순했다. “‘때문에’를 하지 말자.” 동료 탓하지 말고 내 탓을 하자. 동료들을 배려하고, 감사하자는 ‘덕분에’ 마인드로의 전환이었다.

8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2017-2018 도드람 V리그‘ 수원 현대건설과 서울 GS칼텍스의 경기가 열렸다. 현대건설 이다영이 경기에 앞서 이도희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8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2017-2018 도드람 V리그‘ 수원 현대건설과 서울 GS칼텍스의 경기가 열렸다. 현대건설 이다영이 경기에 앞서 이도희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 감독 부임의 최대 수혜자로 세터 이다영이 꼽힌다. 이 감독은 이다영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좋은 듯했다. “이다영은 원래 운동능력이 좋은 선수였다. 시킨다고 아무나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다영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끄집어 낸 조력자는 분명 이 감독이었다. 이다영의 ‘똘끼’를 포용해줬다. 무엇을 하지 말라, 고치라 같은 제약을 없애고,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보라는 자율을 줬더니 잠재력이 터졌다.

배구계에서는 “아무리 잘하는 세터라도 이다영보다 나이 많은 선수는 이 감독이 영입을 않을 것”이라는 말이 있었다. 직접 확인해보니 사실이었다. “네가 책임지라는 믿음의 표시”라고 이 감독은 말했다.

레프트 황민경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되게 해 주시니 편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자기 것만 잘하면 조직은 돌아간다”라고 소신을 말했다. “우리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이 감독의 자신감이 점점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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