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을 각오한 넥센, 2차드래프트 전체 미지명 배경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1월 23일 05시 30분


넥센 고형욱 단장.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넥센 고형욱 단장.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여론의 매를 맞을 각오도 했습니다.”

넥센은 22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7 KBO 2차 드래프트’에서 단 한 명의 선수도 지명하지 않았다. 2차 드래프트를 처음 시행한 2011년부터 단 한 명의 선수도 지명하지 않은 사례가 총 두 차례인데, 2011년과 올해의 넥센이 그랬다. 특히 넥센은 이번 드래프트를 통해 강지광(SK)과 금민철(kt), 김건태(NC), 장시윤(LG) 등 4명의 선수가 팀을 떠났다. 4명 선수를 내주며 총 9억원의 수입을 올렸지만, 넥센은 지명 권리는 포기하면서 선수 보강은 단 한명도 하지 않았다.

넥센은 육성기조가 확실한 팀이다. 프리에이전트(FA) 영입 등에 거액을 투자하기보다 젊은 선수를 제대로 키워서 쓴다는 철학이 확실하다. 넥센이 밝힌 올해 2차 드래프트 미지명의 가장 큰 이유가 그것이다. 넥센 고형욱 단장은 2차 드래프트 직후 통화에서 “이번 드래프트에 나온 선수 명단을 보고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며 “우리 팀에 유망주가 많고, 올 시즌 중 트레이드를 통해 보강한 자원도 있다. 기존의 선수들로 2018시즌을 대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2차 드래프트는 기존의 팀에서 출전기회가 적었던 선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이 같은 측면에서 넥센의 미지명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크다. 고 단장이 “매를 맞을 각오도 했다”고 밝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장석 구단주가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12월 8일 선고공판을 앞둔 점이 선수 지명을 망설이게 했다는 시선도 있다. 이 구단주는 6일 서울지방법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8년을 구형받은 상태다.

고 단장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며 “구단의 방향이 기존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것이다. 2018시즌의 계획도 이미 다 세웠다”고 밝혔다. 덧붙여 “4명이 팀을 떠나게 돼 아쉽다. 활용도가 높은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계획 없이 보호선수를 정하진 않았다. 우리 팀에서 자리 잡기 어렵다면 타 구단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