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감독 권순찬의 성장, KB손해보험을 바꿔간다

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2017-2018 도드람 V리그‘ 서울 우리카드와 의정부 KB손해보험의 경기가 열렸다. KB손해보험이 우리카드에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한 뒤 권순찬 감독이 코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장충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은 얼마 전, 절에 다녀왔다. 8일 OK저축은행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2-3으로 역전패한 다음이다. 2세트를 먼저 따내고 매치포인트까지 잡아놓은 경기를 졌다. ‘이러다 예전의 만년하위 KB손해보험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만큼, 뼈아픈 패배였다.

1차 고비로 여겨진 12일 ‘도드람 2017~2018 V리그’ 우리카드전에서 KB손해보험은 세트스코어 3-1(25-18 20-25 25-17 30-28)로 이겼다. 특히 4세트는 20-24 상황에서 동점을 만든 뒤, 끝내 뒤집기에 성공했다. 승점 3을 보태며 2위로 치솟았다. 승점 14(5승3패)가 됐다. 1위 삼성화재(승점 14)에 세트득실율만 밀릴 뿐이다.

권 감독의 평소 신념은 ‘변명하지 말자’다. 우리카드전을 앞두고 기도만 하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자존심과 근성을 주문했다. KB손해보험 선수들은 2세트 때, 애매한 판정이 나오면 격렬하게 반응했다. 흥분하면 오히려 해가 되는 것이 배구의 상식이지만 권 감독은 반대였다. ‘순둥이들’이 많은 KB손해보험 선수들에게 그런 투지를 원했다. 코트에서 외국인선수 알렉스가 ‘코트에서 모든 것을 쏟는’ 분위기를 이끌었다.

또 하나의 숨은 포석은 레프트 손현종를 위한 힐링이었다. 손현종은 “팀이 지면 나 때문”이라는 자책을 많이 했다. 잠재력이 넘치지만 여린 성품이다. 권 감독은 우리카드전을 준비하며 손현종을 아예 후보조에서 훈련시켰다. 최대한 편하게 만들어놓고 당일에야 선발로 출장시켰다. 손현종은 12득점(공격성공률 52.63%)을 찍었다.

권 감독은 “처음에 선수는 벽을 넘어야 성장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초보’ 권 감독이 KB손해보험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장충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