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첫 승’ 신태용 감독, “모든 면에서 원한 모습이 나왔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1월 10일 22시 39분


코멘트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콜롬비아의 축구대표팀 평가전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는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스포츠동아DB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콜롬비아의 축구대표팀 평가전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는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스포츠동아DB
사력을 다했다. 온몸을 불살랐다. 내용도 긍정적이었다. 한국축구가 180도 바뀌었다.

사실 많이 걱정했던 승부였다. 축구국가대표팀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 평가전에서 많은 변화를 줬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최전방에 세우며 투 톱을 꺼내고, 포백 수비진을 통째로 바꿨으며 기성용(스완지시티)을 제외한 미드필드 라인에 ‘멀티’를 접목시켰다.

여러 모로 만족스러웠다. 90분 혈투가 끝난 뒤 경기장 전광판은 2-1 한국의 승리를 알리고 있었다. 손흥민이 2골을 몰아쳐 일등공신이 됐다. 세트피스 실점은 안타깝지만 희망적인 부분이 훨씬 많았다. 부진을 거듭하다 물러난 울리 슈틸리케(독일) 전 감독으로부터 바통을 물려받은 신태용(47) 감독도 모처럼 활짝 웃었다.

이란(홈)~우즈베키스탄(원정)으로 이어진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10차전을 전부 득점 없이 비기고, 러시아~모로코로 연계된 10월 유럽 원정 시리즈에서도 무기력한 패배를 맛본 신 감독은 부임 5경기 만에 승리를 챙겼다.

한국은 3월 시리아와 최종예선 홈경기(1-0) 이후 승수를 쌓지 못했다. 유독 고달픈 여정에 마침표가 찍히고 마침내 희망의 빛이 들어온 순간. 경기 내내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열정적인 제스처로 제자들을 독려하고, 골이 터질 때마다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한 신 감독은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며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었다.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콜롬비아의 축구대표팀 평가전 경기에서 강력한 슛을 날리고 있는 이근호. 스포츠동아DB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콜롬비아의 축구대표팀 평가전 경기에서 강력한 슛을 날리고 있는 이근호. 스포츠동아DB

다음은 신 감독과의 일문일답.

-모처럼 승리를 얻었다. 경기 소감은?

“어제(9일) 사전기자회견에도 이야기했지만 이번 소집기간 내내 선수들의 눈빛과 행동 모두 하고자 하는 의욕이 읽혀졌다. 콜롬비아전을 준비하며 많은 고민을 했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 스코어를 떠나 경기내용 등 모든 면에서 우리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고맙다.”

-한국이 체력적으로, 전술적으로 모두 우수했는데(콜롬비아 기자).

“콜롬비아는 강호다. 일대일 싸움은 절대 불리하다. 포인트는 협력수비였다. 1명이 밀리면 다른 1명이 달려드는 플레이를 했다. 잘 막으면서 공격적인 부분에서도 연계 플레이가 잘 이뤄졌다.”

-오랜만에 투 톱 전술이 나왔다.

“손흥민의 활용법을 놓고 많이 고민했다. 토트넘 경기를 많이 지켜보면서 손흥민을 어떻게 해야 살릴지를 계속 생각했다. 4-4-2 포메이션이 더블 체크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데 좋다고 봤다. 파라과이-콜롬비아전을 참고했다. 수비시에는 안으로 좁히고, 공격시에는 활짝 벌려가는 모습을 준비했다.”

-새로 합류한 외국인 코치진(토니 그란데)의 역할은 어땠나.

“자신들의 경험을 많이 이야기해주고 있다. 스페인대표팀의 훈련 프로그램까지 공유해줬다. 식사와 수면시간 이외에 국내 코치들과 거의 모든 순간을 함께 하고 있다.”

-최종예선 때와 지금 수비진은 큰 차이가 있다.

“10월 유럽원정에서는 임시방편으로 포어-리베로와 쓰리백을 활용했다. 자신의 포지션이 아닌 역할을 얼마나 해줄 수 있는지를 점검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문 풀백이 있어 기성용(스완지시티)을 중심으로 한 주변과의 호흡을 다듬는데 주력할 수 있었다.”

-후반 막판 염기훈(수원삼성),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동시 투입했다.

“수비를 강화할 수 있었지만 중원에 좀더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1골을 더 넣기 위해 공격적인 교체카드를 썼다.”

-고요한(FC서울)을 미드필드 중앙에 배치했는데.

“콜롬비아 주력인 하메스가 몸싸움을 싫어한다. 초반부터 강하게 따라붙으며 맨 마킹을 하라고 지시했는데, 고요한이 제 역할을 충실히 했다. 효과를 봤다.”

-부임 첫 승이다. 어떻게 작용할까.

“솔직히 경기 전 미팅 때 선수들에게 전달한 메시지가 있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과거는 잊자’고 주문했다. 오늘 승리를 통해 자신감을 쌓게 됐다. 12월 동아시안컵은 또 반쪽짜리 구성이 될 수 있겠으나 내년 3월 평가전까지 많은 자신감을 안고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이 승리가 팀 모두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수원|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