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영의 비눗방울 체인지업이 빛난 KS 4차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29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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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KIA타이거즈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KIA 임기영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KIA타이거즈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KIA 임기영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통산 601세이브를 달성한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마무리투수 트레버 호프먼은 강속구 대신 춤을 추는 듯한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삼았다. 빅리그 타자들은 호프먼의 체인지업에 대해 “비눗방울을 향해 스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속 150㎞의 강속구보다 도저히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는 체인지업이 더 위력적일 수 있다는 얘기였다.

2017년 10월 29일, 잠실구장에서 KIA 임기영(24)은 강속구보다 비눗방울 같은 체인지업으로 얼마든지 타자를 압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것도 한국시리즈(KS)라는 큰 무대에서 펼친 아름다운 투구였다.

두산과의 KS 4차전에 선발등판한 임기영의 최고 구속은 141㎞에 그쳤다. 직구 대부분이 시속 130㎞대 후반. 그러나 두산 타자들이 느낀 체감 구속은 이보다 10㎞ 이상 빨랐다. 종종 시속 137㎞의 몸쪽 공에도 움찔하며 물러났다. 직구보다 10㎞ 이상 느린 현란한 체인지업의 위력은 직구마저 더 빠르게 보이도록 마법을 부렸다.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가 열렸다. 3회말 2사 1, 2루에서 두산 김재환을 아웃시킨 KIA 선발 임기영이 김민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실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가 열렸다. 3회말 2사 1, 2루에서 두산 김재환을 아웃시킨 KIA 선발 임기영이 김민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실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날 임기영의 체인지업은 좌타자를 기준으로 홈플레이트 앞에서 바깥쪽으로 살짝 휘며 아래로 급격히 떨어졌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각만 보면 흡사 포크볼 같았다. 두산이 자랑하는 좌타거포 라인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4번타자 김재환은 3타수 무안타에 삼진 1개, 5번타자 오재일은 1안타를 쳤지만 삼진도 2개를 당했다. 우타자들은 체인지업과 함께 예리한 각도의 슬라이더와 커브에 고전했다. KIA는 임기영의 5.2이닝 무실점 호투를 바탕으로 5-1 승리를 거뒀다.

임기영은 두산 선발 유희관보다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뒤집으며 팀을 시리즈 전적 3승1패의 유리한 고지로 이끌었다. 총 81개의 공을 던졌는데, 그 중 체인지업이 가장 많은 32개였다.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위력을 떨친 덕분에 삼진(6개)과 안타(6개)를 제외하고 11개의 아웃카운트를 모두 땅볼로 잡았다.

임기영은 2014년 겨울 김기태 감독의 취임 직후 한화로 떠난 프리에이전트(FA) 투수 송은범의 보상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상무 입단이 예정돼 있었지만, KIA 구단과 김 감독 모두 큰 그림을 그리며 임기영을 택했다. 2년이 흘러 지난해 9월 복귀해 올해 곧장 선발투수로 성장했고, 이날 KS 데뷔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잠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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