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KS)는 1차전 승리로 기선을 제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2차전 승부가 사실상 시리즈 전체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 1차전 승리팀이 2차전까지 잡는다면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밟는다. 반면 1차전 패배팀은 사실상 배수의 진을 칠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 26일 열린 KS 2차전은 숨 막히는 투수전으로 전개되다 KIA가 1-0으로 반격의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시리즈 전체가 흥미진진한 구도로 흘러가게 됐다.
Q=양팀 선발투수인 KIA 양현종과 두산 장원준의 명품 투수전이 빛났다.
A=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 좌완투수들답게 모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멋진 투수전을 펼쳤다. 둘 다 몸쪽 비율을 줄이는 대신 오른손 타자를 기준으로 바깥쪽에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구사했다.
Q=플레이오프와 KS 1차전에서 활발한 공격력을 보인 두산 타자들이 침묵했다.
A=양현종의 공 자체가 워낙 좋았다. 20승 투수답게 베스트 컨디션으로 좋은 피칭을 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나오면서 공에 힘도 있었고, 제구력도 좋았다. 특히 슬라이더가 날카로웠다. 투구수 관리도 잘 되면서 완봉까지 갈 수 있었다. 경기 전 캐치볼을 하는 모습부터 밸런스가 괜찮아 보였다. 다만 시속 143㎞ 가량의 공을 종종 구사하던데, 투심패스트볼처럼 보였다. 그러나 투심은 낮은 쪽으로 떨어져야 하는데, 어중간한 구속과 코스라면 자칫 위험한 볼이 될 수 있다.
Q=장원준이 호투할 수 있었던 배경은?
A=원래 바깥쪽을 잘 활용하는 투수다. 2차전에서도 역시 바깥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던졌다. 바깥쪽 직구를 던지고, 바깥쪽 체인지업을 구사했다. 자신의 장점을 잘 활용했다. KIA 타자들이 제대로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Q=장원준도 잘 던졌지만, KIA 타자들의 타격 컨디션이 분명 정상은 아닌 것 같다.
A=쉬는 동안 컨디션을 베스트로 맞추지 못한 듯하다. 정규시즌 막바지까지 1위 싸움을 하다보니 휴식기에 체력회복 쪽에 중점을 둔 듯한데,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세심한 체크를 했어야 했다. 1~2차전을 통해 몇몇 타자들의 스윙이 다소 컸다.
Q=KIA는 초반에 찾아온 찬스를 날렸다.
A=김주찬의 병살타 2개가 뼈아팠다. 하나는 바깥쪽 변화구(체인지업), 하나는 몸쪽 직구였는데 유격수 쪽으로 병살타를 쳤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구질이나 코스를 조금 좁혀 공략하는 게 안타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버나디나의 견제사도 아쉬웠다. 공교롭게도 그 이후 곧바로 최형우의 우중간 2루타가 나왔다. 결과론이지만 무사 2·3루가 될 찬스였다. 다음 타자 나지완의 타구가 3루수 라인드라이브였는데, 주자가 2·3루에 있었다면 3루수의 수비 위치도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버나디나의 견제사는 더욱 아쉬웠다.
Q=최형우는 1차전 무안타에 이어 2차전에서 2루타 1개를 쳤지만 1안타에 그쳤다.
A=스타트 타이밍이 좀 늦다. 그러다보니 오른쪽 어깨부터 빨리 열린다. 4회 2루타는 실투성이라 칠 수 있었다. 우타자인 이범호, 김주찬도 마찬가지다. 왼쪽 어깨가 빨리 열리다 보니 볼을 보는 시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상대 투수의 공은 주로 바깥쪽에 모이는데, 우측으로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고 있다.
Q=0-0으로 맞선 8회말 1사 1·3루서 나지완의 3루 땅볼 때 3루주자가 런다운에 걸렸다. 그런데 두산 포수 양의지가 3루주자를 몰아가지 않고 3루에 먼저 공을 던져 2루주자를 잡는 재치를 부리려다 역으로 결승점을 내주고 말았다.
A=런다운의 기본은 앞 주자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무조건 앞 주자다. 앞 주자를 먼저 잡아야지 뒷주자를 생각하면 안 된다. 재치는 그 다음 문제다. 그것 하나 때문에 두산이 1승을 날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본기를 망각한 플레이로 이런 대형사고가 났다. 8회에 런다운 플레이 실수가 시리즈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