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서 이용수 前기술위원장과 만나
“월드컵 기간 방송해설 등 맡아… 비공식적으로 한국대표팀 도울 것”
기술고문도 기술자문도 아니었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71·사진)이 한국 축구를 위한 공식 직함을 사양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7일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과 전한진 국제팀장이 6일 프랑스 칸에서 히딩크 전 감독과 만나 한국축구대표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정중히 부탁했다. 하지만 히딩크 전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기간에 방송 해설 등 다른 일을 맡기로 해서 공식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히딩크 전 감독이 한국 축구에 애정이 있는 만큼 가능한 범위 내에서 비공식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히딩크 전 감독은 축구를 통한 남북 교류를 통해 한반도의 긴장 완화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는 당초 7일 오후 11시 러시아 모스크바 VEB 아레나에서 열리는 한국-러시아 평가전을 앞두고 히딩크 전 감독이 경기장을 찾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히딩크 전 감독은 아예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축구협회로서는 친분이 두터웠던 이 전 위원장을 칸에 보내 사전 조율을 마친 뒤 공식적인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히딩크 전 감독이 제안을 거절하면서 자연스럽게 모스크바 회동이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히딩크 전 감독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은 노제호 거스히딩크재단 사무총장이 6월 김호곤 당시 축구협회 부회장(현 기술위원장)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히딩크 전 감독이 한국대표팀 사령탑에 관심이 있다는 내용을 전달한 게 뒤늦게 알려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일부 팬의 히딩크 재영입 요구가 빗발치자 축구협회는 지난달 26일 기술위원회를 열어 “신태용 감독 체제로 내년 러시아 월드컵을 치른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히딩크 전 감독의 역할에 대해서는 의견을 직접 듣는 것이 먼저”라며 결정을 미뤘다. 축구협회는 ‘칸 회동’이 끝난 뒤 “히딩크 전 감독과 더는 불필요한 논란이 없도록 직접 소통하고 필요하면 연락을 주고받기로 협의했다”고 강조했다. 노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히딩크 전 감독이 모스크바에서 축구협회 임원과 만나기로 약속한 적은 없다. 미팅을 한다고 해도 평가전 장소에서 하는 것은 불편하고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축구협회는 ‘히딩크 논란’과 관련한 김호곤 기술위원장의 국회 국정감사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부터 노 사무총장과 함께 13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달라는 출석 요구서를 받았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국감에 증인으로 참석하면 자칫 외부 간섭으로 보여 국제축구연맹(FIFA)의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며 “김 위원장은 예정된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15일쯤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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