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의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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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4강 울산과 대결 목포시청, 엄청난 연봉 격차에도 꿀리지 않다… 막판 김인성에 통한의 결승골 허용

K리그 클래식(1부) 울산과 내셔널리그(3부) 목포시청의 축구협회(FA)컵 4강전이 열린 27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 경기 전 200여 명의 울산 서포터스는 트로트 ‘목포의 눈물’을 틀며 상대를 자극했다. 목포시청의 FA컵 돌풍을 잠재울 것이라는 뜻이었다.

울산의 연봉 총액은 약 70억 원인 반면 목포시청의 연봉 총액은 약 8억3000만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다윗의 반란’을 꿈꾸며 목포에서 울산까지 350km를 달려 온 목포시청 서포터스 30여 명은 ‘후회 없이 시원하게 한 판 뜨고 가자’는 현수막을 내걸고 목청껏 응원전을 펼쳤다.

전반전에는 정훈성의 돌파를 앞세운 목포시청이 수차례 위협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등 경기를 주도했다. 울산은 0-0으로 시작한 후반전에 파상 공세를 펼쳤지만 ‘목포시청의 부폰’으로 불리는 골키퍼 박완선의 선방에 막혀 득점에 실패했다. 한때 선수 생활을 포기했다가 복귀한 박완선은 평소 이탈리아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의 영상을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선수는 울산 공격수 김인성. 후반 33분 빠르게 목포시청 골문으로 쇄도한 그는 동료의 패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울산은 힘겹게 목포시청을 1-0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경기 종료 후 울산 선수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목포시청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김정혁 목포시청 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 후 울산 서포터스들은 트로트 ‘잘 있어요’의 가사 중 일부인 “잘 가세요. 잘 가세요”를 열창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울산은 지난해까지 이 대회 준결승에 10번 진출했지만 우승을 차지한 적은 없었다. 창단 후 첫 FA컵 우승에 도전하는 김도훈 울산 감독은 “목포시청이 우리 팀을 잘 분석해 온 탓에 힘든 경기를 펼쳤다. 끝까지 인내한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축구#k리그#목포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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